[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11일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미훈련을 규탄하고 나섰다. 북한은 이날도 남북 통신선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다음 단계 조치로 대규모 화력 훈련 등 군사 도발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영철 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은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완화가 아니라 긴장격화를,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의 담화는 전날 김여정 부부장의 한미훈련 비난 담화에 이은 것이다. 김 부부장은 전날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라고 언급하며 반발했다.
김 부장은 더 나아가 앞으로 남북의 대결 국면을 예고했다. 그는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부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으로 북한의 후속 행보에 여지를 둔 셈이다.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부장의 잇단 담화 이후 남북 간 통신연락선도 여전히 불통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통화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한미훈련 개시에 반발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달 27일 남북이 동시에 통신선 복원 결정을 발표한 지 2주 만에 다시 불통 상황을 맞으면서 남북관계도 다시 얼어붙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한미훈련 개최에 잇단 담화와 통신연락선 단절로 거세게 불만을 드러내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금강산관광국 폐지 등 대남부서를 폐쇄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군사적 도발 우려도 나온다. 다만 위협 수위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훈련기간에 낮은 수준의 2단계 조치(단거리 미사일·재래식 화력 무기)는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높은 수준의 중강도, 고강도의 무력 시위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영철 부장의 담화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과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 남북이 서로 노력을 하겠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전했다. 통일부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당사자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11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통화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군 장병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통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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