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HMM(011200)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놓고 갈등 중인 가운데 노조가 당초 예정된 육·해상 노조 공동 기자회견을 연기하면서 극적인 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업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회사와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교섭에 나선다는 점에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MM 육·해상 노조는 이날 육상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후 열기로 한 공동 기자회견을 보류했다. 노조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사측과의 임단협 재교섭 결과에 따라 기자회견 및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공동 기자회견은 교섭 다음날인 오는 2일로 잡았다. 구체적인 장소나 시간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HMM 해상노조 관계자는 "사측과의 교섭 후에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며 "사측에서는 이번 교섭에서 최대한 결론을 내려고 하려는 모습인데, 일단 교섭에 들어가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육상노조 파업 찬반투표는 가결된 상태다. 육상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는 지난 30일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 진행됐고 전체 조합원 791명 중 755명이 참여해 찬성률 97.88%를 기록했다. 지난 22~23일 이뤄진 해상노조 찬반투표 결과도 92.1%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된 바 있다.
HMM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 조합원이 각각 탑승한 선박에서 쟁의 행위를 지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HMM 해상노조
배재훈 HMM 사장이 지난 27일 예정됐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취소한 데 이어 노조도 기자회견을 미루면서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 모두 대외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강조하는 대신 마지막까지 교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해 임단협도 진통 끝에 12월31일 자정 직전 극적으로 타결된 바 있다.
노사가 한발씩 물러난 것은 물류대란의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해운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HMM의 손실액이 7000억원에 이르고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은 7월 기준 아시아-유럽과 아시아-북미 노선에서 7%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선복량은 85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국내 1위이자, 글로벌 선사 가운데도 8위에 올라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증가로 이를 운반할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HMM 노조 파업은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화주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최악의 경우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진해운 사태로 화주들의 이탈을 겪었던 해운업계가 또 한 번 글로벌 화주의 신뢰를 잃을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HMM 노사의 임단협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노사 갈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자율적인 협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출입 물류 관련 부처와 노사 양측, 채권단과 협의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HMM 노조는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HMM 육상직원은 2012년 이후 8년, 선원직원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016년을 제외하고 6년간 임금이 동결돼 왔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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