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잔업하는데"…현대제철, 파업 장기화 노노갈등 고조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조, 당진제철소 불법 점거 24일째
"제2의 인국공 사태"…정규직, 비정규직 본사 직고용 반대
협상 제자리…현대ITC, 50여명 신규 채용 나서
2021-09-15 15:35:26 2021-09-15 18:10:15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민주노총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의 당진제철소 불법 점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규직 직원들은 본사 직접 고용을 원하는 노조의 요구가 지나친 데다 파업으로 남은 직원들의 업무 강도 또한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번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현대제철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지난달 23일 당진제철소 사무동을 점거한 뒤 24일째 농성 중이다. 노조는 이날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당진제철소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다.
 
현대제철은 퇴거 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10일 노조를 상대로 2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액은 파업과 농성에 따른 피해 금액을 추산해 정했다.
 
노조가 장기간 농성에 나선 건 사측의 협력업체 직접 고용 방식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와 고용노동부 시정 지시에 따라 사업장별로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 7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자회사는 회사가 100% 출자해 설립했다.
 
하지만 민노총 노조 조합원들은 자회사가 아닌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하지 않는 정규직 전환은 의미가 없다며 반발했다. 자회사 소속 직원은 본사 임금의 80% 수준인 점 등 여전히 차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자회사 채용 전 비정규직 직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이었다. 
 
전국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달 25일 오후 '직접고용 쟁취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다만 노조 간에도 의견이 갈린 형국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회사의 방침에 동의해 자회사 채용에 응했다.
 
이번 농성을 바라보는 정규직들의 시선 또한 차갑다. 정규직 직원들은 이번 일을 '제2의 인국공' 사태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또한 회사가 비정규직 중 일부를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정규직들은 자신들은 관련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 취득 같은 입사를 위한 노력을 했는데, 이런 과정 없이 비정규직이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현대제철 한 직원은 "입사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직원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인국공 사태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장 정규직들의 채용 경쟁률이 높은 편인 데다 이번 농성 과정에서 폭력 사태도 일어나면서 기존 정규직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공장 사무직 직원들까지 생산에 투입되는 등 남은 직원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점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현대제철 한 직원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일반직과 자회사에 지원한 직원들은 잔업으로 잠도 못 자고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 갈등까지 커지고 있지만 협상에 진전은 없다.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조는 협력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원청이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생산 차질이 우려되자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ITC는 기술직 신입·경력사원을 50여명 규모로 채용하기로 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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