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다 규모를 찍으면서 역학조사와 현행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확진자를 찾아내기 위한 족집게식 검사 대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검사해 격리하는 방식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또 지역과 특정 장소마다 다른 위험인자를 고려한 구체적인 방역정책이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확인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총 2만4552명이다. 이 중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는 9038명으로 36.8%를 차지했다.
이 기간 발생한 감염 경로 불분명 확진자는 지난 4월6일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다 규모이자 처음으로 9000명을 넘긴 수치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이른바 깜깜이 환자 증가는 신규 확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확진자가 많아지는 만큼 역학조사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커지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역학조사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대규모 클러스터를 찾아내는 것들은 가능하겠지만 지역사회에서 소규모로 산발되는 감염 경로를 다 찾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확진자가 늘어난 상황에선 역학조사의 방식과 주안점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확진자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를 먼저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진자가 늘어나면 역학조사의 역할이나 방향성도 변할 수밖에 없다"라며 "어디서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알아내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에 확진 경로 조사 비율을 점차 줄이고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빨리 파악해 검사하고 격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설치된 차량 출입통제 안내문. 사진/동지훈 기자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잠복기를 고려한 접촉자 검사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마 위원장은 "잠복기를 고려한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라며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면 5일이나 일주일 뒤에 한 번 더 검사하는 등 추적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2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는 만큼 현행 방역정책 대신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마 위원장은 "지금처럼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면 방역정책과 거리두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확진자가 많이 생기는 지역이나 장소, 영업장을 찾아 위험인자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한 새로운 방역정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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