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IPO(기업공개) 광풍이 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싱규 상장한 기업은 69개사(스팩, 재상장 제외)로 이미 지난해 신규 상장사 70개사에 근접했다. 아직 올해가 2개월이나 남은 걸 감안하면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수를 훌쩍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망주의 첫돌을 맞아 장밋빛 잔치가 됐을지 향후 성장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1년이 됐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광풍의 결과물이 거품이었는지, 시장 안착에 성공했는지 지난해부터 시작된 IPO 광풍 국면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입성한 유망주를 들여다 보고 회사의 실적과 주가 흐름 등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저조한 수요예측에도 기술력은 인정…상장 3개월만 주가 154% 급등
작년 이날(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반도체 전공정 검사 장비 제조기업
넥스틴(348210)은 상장 전부터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상장 전 수요예측에서 30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에도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공모가 최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고,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인 7만5400원으로 확정 지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에 못 미치는 7만11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일관된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상장 이후 2개월만에 주가가 46.97% 상승하며 10만4500원까지 올랐으며, 이후 보통주 1주당 2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무상증자 소식과 함께 급등했다. 상장 3개월째인 올해 1월6일(18만1000원) 시초가 대비 154.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월13일 무상증자에 대한 권리락 효과가 발생하며 16만8500원이던 넥스틴 주가는 5만6200원으로 조정됐지만, 올해 3월25일 8만3500원까지 오르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1주당 2주의 신주가 배정되며 발생한 권리락 효과를 감안할 경우 수익률은 252.11%에 달한다. 상장 1년째인 이날 종가는 5만700원으로 상장 이후 시초가 대비 상승률은 113.80%다.
국내 유일 반도체 광학 패턴 장비 제조사…일본 반도체 수출규제 수혜주
이지스 장비. 사진/넥스틴
넥스틴이 상장 당시 저조한 수요예측에도 높은 공모가를 확정한 것은 회사의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넥스틴은 반도체 전공정에서 회로에 생기는 미세한 패턴 결함을 검사하는 광학 계측 장비를 제조한다. 반도체 패턴 광학 검사장비는 미국 ‘KLA-텐코’(KLA-Tencor)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장비로 넥스틴 이전에 해당장비를 제조하던 곳은 미국 KLA-텐코와 일본 ‘히타치’ 두 기업뿐이었다.
반도체 패턴의 광학 검사장비는 15nm(나노미터) 수준의 결함까지 찾아내는 KLA-텐코사의 브라이트필드(Bright-field·명조명)장비와 30nm 수준의 결함을 찾아내는 히타치사의 다크필드(Dark-field·암조명) 장비로 나뉜다. 넥스틴은 2016년 KLA-텐코와 히타치의 검사장비보다 저렴하면서도 브라이트필드와 다크필드를 선택적으로 쓸 수 있는 검사장비 ‘이지스DP’를 개발했다.
이지스DP 개발 이후 회사의 매출도 본격화됐다. 2016년 2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7년 107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으며, 27억원이던 영업손실도 영업이익 21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8~2019년 연구개발비 지출 등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했지만,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발생하면서 넥스틴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은 494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가량 증가했으며, 181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그간 누적됐던 영업손실을 한 번에 정리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히타치사의 장비를 사용하던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넥스틴 장비로 교체하면서 2019년 70억원 수준이던 넥스틴의 국내매출은 2020년 193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또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반도체 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2019년 24억원 수준이던 해외매출은 지난해 301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넥스틴 관계자는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히타치 제품을 사용해왔는데,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부터 히타치 제품들이 우리 쪽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더리부문에서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거래처 확대·신제품 매출 가시화로 실적 우상향 계속
넥스틴의 올해 실적 전망도 좋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으며, 기존 이지스DP보다 검출력을 확대한 ‘이지스2’의 매출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넥스틴 관계자는 “작년에부터 실적이 지속 성장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며 “기존 거래처를 계속 유지하면서 신규 거래처를 확대하고 있고, 작년부터 본격화된 중국 시장 진출에서도 지속해서 가시적인 성과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넥스틴의 실적은 매출 284억원, 영업이익 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7%, 영업이익은 435%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30%를 넘어섰다. 중국 매출도 118억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규 수주도 계속되고 있다. 넥스틴의 올해 상반기 수주잔고는 140억원으로 지난해(100억원) 대비 40% 증가했으며, 지난 8~9월에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Yangze Memory 등에서 134억원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부턴 이지스DP에서 검출력을 높인 이지스2의 매출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지난 6월 중국에 이지스2 장비를 처음 납품하기 시작했으며, 이지스3와 3차원 반도체 검사장비인 ‘아이리스’의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장비 생산량 확대를 위한 클린룸 확장 등의 투자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당장 잡혀있는 투자계획은 없지만 내부적으론 내년에 주문 물량 확대에 따른 클린룸 확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전망에 대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넥스틴의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했다. 현 주가 대비 77.51%의 상승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배현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이지스2 장비로 인한 단가 인상이 반영되고 아이리스 장비의 매출 인식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본격적으로 확장되며 실적에 기여하는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며 “ 중화권 확대와 신규 장비, 국내 1위 업체향 진입까지 고려한다면 넥스틴의 잠재 신규 시장은 여전히 거대하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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