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요소수 품귀 대란이 친환경차 전환 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 부족 사태 이후 제2의 '공급망 참사'로 이어지고 있는 요소수 사태가 디젤차에 대한 환경적 문제와 더해져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단초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톤당 360달러였던 중국의 요소 수출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740달러를 돌파하는 등 2배 이상 올랐다. 최근에는 900달러를 줘도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15일부터 중국이 석탄 가격 상승, 전력난 등을 이유로 요소 수출 전 상품검사 실시를 의무화하면서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요소는 전량 수입되는 품목이다. 지난해 기준 8만톤을 국내로 들여왔으며 증류수가 더해진 요소수 조차도 90% 이상 중국산이다.
요소수는 석탄, 천연가스에서 뽑아낸 요소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디젤차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난 2016년 이후 출고된 모든 디젤차는 요소수를 넣어야 운행이 가능하도록 의무화됐다.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 디젤 차량 계기판에는 경고등이 들어온다. 요소수가 적정량에서 부족할 경우 출력이 저하되고 결국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게 돼 차량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경기도 의왕컨테이너 물류기지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공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사진/뉴시스
요소수 품절 사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유소와 판매상 등은 품절 안내문을 내걸고 있으며 온라인 구매조차도 웃돈을 부르는 일이 다반사인 상황이다. 경기도 인근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A씨는 “요소수 보충할 때 10리터가 1만원도 안했는데 지금 5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며 “기름을 가득 넣으면 요소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했는데 지금은 재고가 없어 이같은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요소수 품귀현상이 디젤차 점유율 하락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신차 등록 중 디젤차 비중은 2015년 52.5% 2016년 47.9%, 2017년 44.8%, 2018년 43.4%, 2019년 36.6%, 지난해 31.2%까지 매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1~10월 누적 기준 점유율 비중이 25.4%에 그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요소수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디젤차의 종말 시기가 보다 앞당겨 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에 '끝물' 형태로 디젤차를 들여오고 있었는데 이번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인해 소비자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며 "디젤차가 줄어드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요소수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팀장에 경제수석과 비서관들로 구성된 요소수 대응 TF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도 물가안정법에 근거해 차량용 요소수의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다음주 중 고시를 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와 각 지방환경청은 신고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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