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가 넉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여론조사기관만큼 분주한 곳은 아마도 수사기관일 것이다. 각 후보의 지지율 추이 또는 격차만큼이나 그들에게 제기된 혐의 또는 의혹이 계속해서 주목할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입건된 상태다. 그와 함께 대검찰청에서 근무했던 검사는 이미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윤 후보와 같은 당 의원도 조사를 받았다. 그 의원의 통화 내용 중 후보의 윤 후보의 이름이 거론된 것을 두고서도 추측과 해명이 나왔다.
윤 후보는 또 다른 세 건의 사건으로도 입건돼 있다. 공수처가 윤 후보를 조사해야 하는 것이 더 분명해지는 이유다. 일부 사건의 입건과 관련해 대선 경선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공수처법에서 규정하는 '고위공직자' 중 첫 번째 항목이 '대통령'이다. 설립 취지를 고려할 때 대통령 후보도 수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진행됐던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민간 사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얻도록 한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대한 사건으로 전직 공공기관장이 구속기소됐고, 민간 사업자들은 구속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후 곧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이 사건에는 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직을 잃은 전직 의원도 개입돼 있고, 의혹의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윤 후보도 등장한다.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면서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여론은 수사 과정이 불만인 듯하다.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특별검사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특검은 대선 과정에서 또 다른 정쟁의 도구가 될 것이 뻔하지만, 현 상황에서 도입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검 도입까지 검찰의 역할은 철저한 수사다. 계속해서 논쟁의 대상이 되겠지만, 검찰에는 아직 직접수사권이 남아있다. 시민사회의 비판 속에서도 남은 수사권의 존재를 무시하고 수사력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개혁의 시도가 있을 것이다.
윤 후보가 당내 대선 후보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보였던 치열한 분위기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자들을 소환하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그 이후로 나란히 대통령을 역임했지만, 경선에서 상대에게 공세로 삼은 발언이 의혹이 아닌 범죄사실로 밝혀지면서 두 전직 대통령은 뇌물죄 등으로 징역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이 사실은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인 두 전직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이후로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100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검증할 것은 검증하고, 수사할 것은 수사해야 한다.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 공수처든, 검찰이든 각자의 역할을 다하면 된다. 특검을 도입한다면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현직이든, 전직이든 대통령이 수사 대상인 상황을 국민이 또 경험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박근혜씨가 사익 또는 측근의 이익을 위해 행한 범죄로 우리 사회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아직 그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정해훈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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