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후 백화점 1층 화장품매장 모습. 사진/심수진 기자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국내 화장품업계의 중국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올해 면세점 채널 회복으로 시장 규모는 성장했지만, 매출 비중이 큰 중국의 소비 둔화, 화장품 규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 내 경쟁도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할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 규모를 작년 대비 38% 증가한 42억달러로 추정했다. 내년에도 5%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화장품업계는 올해 중국 시장의 소비 둔화로 부진을 겪었다. 하반기 들어 중국 소비 경기가 둔화되면서 3분기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
LG생활건강(051900)의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2조103억원, 영업이익은 4.5% 성장한 342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생활용품(HDB)과 음료(리프레시먼트) 사업부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고, 화장품 사업은 중국 소비 둔화 영향으로 고전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화장품 소매판매 성장률은 올해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40% 늘었고, 2분기는 15%, 3분기는 2% 성장하며 점차 둔화됐다. 10월 화장품 소매판매는 7%대로 올랐지만 이미 화장품 수요 회복이 선반영된 만큼 기저효과 약화에 따른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럭셔리 화장품 수요를 대응하는 면세 채널의 경우도 채널 자체의 기저효과는 점차 소멸되고, 실직절 인바운드의 회복 전까지 채널의 성장성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중국 최대 쇼핑행사 광군제에서 국내 화장품업계의 성과는 이 같은 우려를 다소 완화시켰다. LG생활건강의 후 천기단 화현세트는 작년 동기보다 16% 늘어난 88만세트가 판매되며 알리바바 전체 카테고리 중 단일제품에서 2위를 차지했고, 뷰티 카테고리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설화수의 자음생 라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83%, 라네즈는 38%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의 화장품 산업 규제 강화와 경쟁 심화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부터 '화장품감독관리조례'를 적용하면서 화장품 원료 관리부터 인증·등록, 광고 등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와 책임 및 처벌을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중국 화장품 시장의 구조조정, 중소영세기업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화장품 등록 규정을 강화하면서 중국 시장의 신제품 등록 건수는 100분의 1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 내 경쟁 심화도 고려 요인이다. 럭셔리,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은 물론 중저가 로컬 브랜드의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중저가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들이 약진하는 가운데 온라인 유통 시장이 커지면서 벤처 브랜드의 진입이 쉬워졌다. 이로 인해 기존 오프라인 중저가 브랜드의 경쟁력은 떨어지는 추세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중저가 브랜드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 산업 전망에서 중국 소비 시장의 둔화 우려를 고민해야 하고, 30년 만에 바뀐 중국 화장품 법규 영향과 사치세 도입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화장품 브랜드 업체들의 정책 명제는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 심화를 극복하고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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