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차 접종 안 돼있으면 밥 못 먹어요.", "정말? 미쳤네."
13일 오전 11시35분쯤 서울시청 근처 한 육개장 식당 안에서는 20여명이 줄 서 있으면서 본격 적용된 방역패스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줄 맨 앞에 있던 고객이 카운터에 놓인 전자출입명부 기기(QR코드)에 휴대전화를 들이댔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종업원이 직접 자신의 휴대전화을 들고, 앞줄 고객들의 인증을 시도했다.
직원들은 "2차 접종 확인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이에 줄에서는 "접종 안 맞아도 한명은 (출입)된다고 하던데"라고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로 인해 접종 확인이 원활치 않자 종원원들은 식당 전화기를 붙들고 "사장님 큐알 그게 안나와요"라고 다급하게 보고했다. 이어 고객들에게 "안심번호로 먼저 (등록)하세요"라고 외쳤다.
식당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은 고객들에게 "QR 코드가 안되면 안심번호로 하라"고 안내했지만, 식탁에 앉은 한 고객이 종업원에게 "안심번호가 되는가"라고 문의하자 해당 종업원은 "QR 코드만 된다"고 강조했다.
종로구의 한 만두 가게에서도 방역패스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카운터에 접종 안내 문구가 붙어있긴 했으나 수기 출입을 병행하고 있었다. 수기는 휴대전화가 없는 일부 고령층이나 청소년 등만 예외적으로 작성할 수 있지만, 일손이 바쁜 식당 특성상 카운터가 빌 때도 있었다. 접종 시스템 오류까지 겹치면서 오후 12시9분쯤 한 성인 여성은 휴대전화를 손에 든채로 수기 명부를 작성했다.
시스템 오류 등 방역패스의 불편함을 감내하지 못하는 일부 다중이용시설들은 접종 확인에 손을 놓다시피 했다. 종각역 근처 일본어학원 관계자는 "학원은 원래 오던 사람이 계속 오게 된다"면서 "새로 오는 분들은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만 수강생은 이번달에 다 확인했기 때문에 매일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근처 카페들은 QR을 찍어달라고만 요구하고 접종 여부까지는 미처 확인을 못하거나, 아예 QR 이야기를 하지 않기도 했다. 종로2가 소재 PC방에는 전자출입명부에 가지도 않고 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일부 보였다.
기자는 이날 서울시청 근방 카페에서 접종 정보를 업데이트 하지 않고 카카오톡 QR을 찍었다. 기기에서는 "인증되었습니다"라는 음성 메시지만 나올 뿐 접종 정보가 뜨지 않았다. 직원들은 해당 사실을 말해주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후 기자가 백신 접종 앱(COOV)에 뜬 얀센 1차 접종 정보를 보여줬을 때는, 얀센이 1차 만으로 예방접종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추가 접종 정보를 보여주고 나서야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방역패스'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를 찾은 시민이 방역패스 인증 후 주문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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