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5년 생존율 55% 희귀질환 주의보
유전성·이상 면역반응으로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발생
2022-02-09 06:00:00 2022-02-09 06:00:00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55%로 알려진 완치가 어려운 희귀질환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지만 치사율이 높은 면역 결핍 질환으로 꼽힌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병이 급속도로 진행돼 심한 경우 일주일에서 두 달 내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의 미비한 증상이 갑작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은 특히 진단이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인 만큼 정확히 알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포식하는 대식세포나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적혈구와 백혈구 등의 정상 조혈 세포를 탐식하면서 생기는 희귀난치성 질환의 일종이다. 즉 면역반응 생성 및 유지에 중요한 사이토카인이 과분비되면서 이상 증상이 생기는 질병이다. 유전에 의한 원발성과 이차적으로 생기는 이차성으로 나뉜다. 유전학적 문제는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는 반면 이차성은 감염, 종양 등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어 어느 연령에서나 주의해야 한다.
 
유전학적 문제로 발생하는 원발성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은 유전성 혹은 가족성 혈구 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고도 불리며 다양한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차성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이차적으로 유발되는 강력한 면역학적 활성화, 사이토카인 폭풍이 원인이다. 심한 바이러스 감염이나 악성종양과 연관돼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보고된 감염원은 매우 다양하다. △아데노 바이러스 △거대세포 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 세균, 진균, 결핵균, 기생충 등도 포함된다. 또 류마티스 병이나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의 증상 발현 시기는 뚜렷하지 않으나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먼저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상기도(인두·후두·비강) 감염이나 위장관 감염 후에 발열, 간비종대, 혈구감소증, 체중감소 등이 나타난다. 이 밖에 피부 발진이나 황달 및 부종, 림프절비대나 통증 등이 있고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경한 발열이나 림프절 비대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몸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개인의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에 따라 응고 장애, 신경학적 증상, 다발성 장기부전 등 치명적인 질병 악화가 갑자기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렵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은 다양한 검사법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발열, 비장비대 등의 임상적 양상과 함께 유전자 검사와 다양한 검사를 동시에 시행하며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에 이용한다. 주로 △전체혈구계산(Complete blood count) △금식 상태에서의 중성지방 △섬유소원, 페리틴 △자연살해세포 활성도(Natural Killer cell activity) △sIL2R(Soluble IL-2 receptor, 인터루킨가용성수용체 또는 Soluble CD25) 검사 등의 혈액 검사가 이뤄진다. 이 밖에 골수 검사 및 림프절, 간 등 침범이 의심되는 장기에 대한 조직검사를 시행해 혈구탐식증 여부 및 바이러스 감염이나 종양 등 동반 가능한 질환에 대해 확인한다.
 
이 중 sIL2R은 다양한 사이토카인 또는 사이토카인 수용체 중 유일하게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진단 기준에 포함된 사이토카인 수용체다. 건강한 사람들의 혈청에서 낮은 레벨로 존재하지만 종양, 자가면역 질환, 감염증 등과 같이 T림프구가 활성화된 사이토카인 과분비 질환 및 상태에서는 높은 농도로 나타난다. sIL2R 농도가 2400U/㎖ 이상으로 높은 경우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진단을 위한 8개의 진단 범주의 한 가지를 충족하므로 진단과 예후 예측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 진단됐다면 질병이 악화되기 전에 빠른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한 과염증 상태를 억제하고, 유발 원인이 되는 동반 질환 및 상태를 치료해야 한다. 유전성인 경우에는 결함이 있는 면역 체계를 궁극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가 필요하다. 항생제 치료가 가능한 감염이 원인인 경우 해당 감염원 치료에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치료하기도 하며, 환자 증상 및 상태에 따라 항암제 및 면역억제제 주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리화 GC녹십자의료재단 전문의는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발병 시 면역 반응의 과잉으로 인한 사이토카인 폭풍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단기간에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아 주의해야 한다"라며 "질환을 의심하고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진단에 이용되는 sIL2R 검사 등 다양한 혈액 검사를 조기에 시행해 신속히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질환의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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