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베이징동계올림픽은 무엇을 보여주었나
2022-02-25 06:00:00 2022-02-25 06:00:00
반중정서와 혐한정서.
 
20일 폐막한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은 한·중양국간의 정서적 거리를 더욱 벌려놓았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개막식에서의 한복공정논란과 곧이어 빚어진 쇼트트랙경기에서 불거진 편파판정논란은 반중정서에 불을 당겼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선을 넘었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직접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주재국에 대한 내정간섭시비까지 불러왔다. 판정논란에 대한 반중정서가 확산되자 주한중국대사관은 9일 성명을 통해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은 (편파 판정 의혹의 원인으로) 중국정부와 베이징올림픽에 화살을 돌리고, 심지어 반중 정서를 부추기며 양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고, 중국 네티즌들의 반격을 불러 일으켰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는 중국대사관의 처사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대신 ‘유감‘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갈음했다.
 
‘대국‘의 눈치를 보는 사대주의적 외교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5년간의 문재인 정부의 친중(親中)외교기조를 감안하면 외교부가 유감을 표명한 것은 그나마 용기(?)를 낸 외교적 대응일 것이다.
 
반중·혐한 대결은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 유재석이 19일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서 한국선수에 대한 편파판정에 화가 났다고 발언하자 유재석의 중국 팬클럽인 ‘유재석 유니버스’가 운영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3일 “한국 연예인들은 불에 기름을 붓지 말고 중국과 한국 사이의 부정적 감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기사를 통해 한국연예인들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이런 보도는 주한중국대사관의 어쭙잖은 성명과 더불어 중국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향후 중국의 보다 강경한 한류규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다. 
 
편파판정논란과 도핑파문으로 얼룩진 베이징동계올림픽 운영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마스코트 빙둔둔 자랑과 ‘동계올림픽은 성공‘이라는 자화자찬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공감을 받지 못한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통해 전세계가 중국의 실체를 확인했다. 
 
‘세계인의 축제이자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화합의 장‘이라는 올림픽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전랑‘(戰狼)과 같은 안하무인식의 무례한 중국몽(中國夢)을 말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일컬어지는 세계질서를 따르는 문명국의 그것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것으로, 그저 정서적으로 중국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반문화적, 반문명적 무례한 행태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중국에 대한 정서다.
 
미국을 대신한 균형추로 선택하고자 한 중국의 실체가 드러났다.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외교라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외교에서는 힘없는 약소국이 중립지대에 서는 것은 가능하지도 설령 일시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지속적이지  않다. 
 
오죽했으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루지’ 2관왕에 오른 독일 선수 나탈리 가이젠베르거가 독일에 돌아가서는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까 싶다.
 
중국의 올림픽개최는 세계에 중화문명을 자랑하고 시진핑(?近平) 주석의 지도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 후 중국은 아직도 올림픽열기가 식지 않은 것처럼  ‘올림픽 앓이‘와 3월초 시작되는 패럴림픽 준비로 분주해 보인다. 
 
강력한 ‘제로코로나방역정책’을 통해 올림픽기간 베이징을 비롯한 전 중국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오미크론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방어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것들이 올 가을로 예정된 시 주석의 3연임을 공식화하는 선전수단으로 적극 활용될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동계올림픽의 뒷전에서는 중국공산당의 강력한 통제의 그늘은 드러나지 않았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의 성폭행사건’은 유야무야되었고, 쇠사슬에 묶여 8자녀를 낳은 쉬저우의 이른바 ‘쇠사슬녀‘사건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야 세간에 알려졌다. 시진핑에 반대하는 반(反)시진핑 장문이 인터넷을 달궜기도 했지만 전혀 보도되지 않고 묻힌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은 대회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올림픽을 통해 세계가 하나 되는 평화와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간 화해무드가 조성된 것을 올림픽이 가져 온 성과라고 치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통해 중국은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자부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잃었다.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대회운영에는 성공했지만 지나친 언론통제로 유구한 중화문명의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21세기 감시사회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줬을 뿐이다. 
 
3월 초 예정된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개최를 통해 중국은 다시 베이징동계올림픽 성공을 자축하면서 세계와 동떨어진 ‘중국의 길’을 재촉할 것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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