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정부의 갑작스런 거리두기 완화 방침으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심야시간대 택시 승차난이 가중되고 있다. 법인택시 업계는 운행 기사 부족을, 개인택시 업계는 3부제를 각각 택시 부족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등의 영업 가능 시간은 지난 5일부터 정부 방침에 따라 11시로 연장됐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20만명을 넘고, 서울에서만 4~5만명을 상회하던 때다.
당초 정부가 지난달 19일부터 3주간 영업제한 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 연장한다고 발표했는데, 2주만에 1시간이 더 연장됐다.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낮다는 점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일상 회복에 시동을 건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던 택시 부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서울의 택시기사는 2019년 12월까지 3만527명이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해 12월 기준 2만888명으로 1만명 가까이 줄었다. 장기간 영업제한 조치로 택시 수요가 줄어들며 법인·개인택시 종사자들이 업종을 대거 이탈한 탓이다.
2주 만에 영업 가능 시간이 2시간이 늘어나면서 강남·홍대·이태원 등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영업 종료 시간에 쏟아져나오는 승객들로 인해 택시 잡기가 좀처럼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플랫폼 택시가 승객을 골라태우기, 콜 몰아주기를 한다는 정황을 잡고 연 2회 실태조사까지 한다고 나섰으나 업계에서는 규제보다는 완화책이 이런 현상을 줄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지방은 한 달 내내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서울시에서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가나다라(3부제 영업 방식)에 묶여서 심야 시간 수요가 많을 때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라며 "택시 기사들이 승차 거부하는 것은 문제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택시 부족이라는 걸 알면서도 업계 어려움과 승객 불편을 외면하는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택시 승차난 해소는 현재로썬 공급 보다는 대중교통 운행 시간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연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당시에 서울시는 심야·새벽시간대에도 시내 곳곳을 운행하는 올빼미버스를 한시적으로 증차한 것처럼, 늦은 시간까지 이동량이 많아질 경우 대중교통 체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버스 노선 증편과 관련된 검토는 고려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현행대로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는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감하면서 막차 시간을 자정 즈음으로 1시간 줄였는데, 적자난 때문에 영업시간이 늘어나도 운행 시간을 덩달아 늘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힘드니 영업시간을 늘렸지만, 대중교통은 코로나 이전과 같이 운행을 못 하고 있어 생긴 현상으로 본다"며 "심야시간에 택시가 부족하다고 해서 당장 택시 공급을 늘리는 것 보다는 코로나가 정점이 지나간 후 시민들의 이동량이 많아지면 대중교통 운행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심야시간대 개인택시 3부제가 일시 해제된 첫날인 지난해 11월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택시승강장에서 택시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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