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3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3선의 박홍근 의원이 24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비상대책위원회에 이어 원내 사령탑마저 당권파가 차지하게 놔둘 수 없다는 '비문' 결집이 낳은 결과다. 박 신임 원내대표가 앞으로 '친문' 계열의 윤호중 비대위원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제2의 '명낙(이재명·이낙연)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재명 상임고문과 이낙연 전 대표의 전초전 성격을 띄었다. 박원순계로 분류됐던 박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를 선언한 뒤 비서실장을 맡아 '신측근'으로 부상했다. 이재명계 의원들이 이번 선거에서 그의 뒤를 받쳤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당 사무총장과 이낙연캠프 총괄본부장을 지낸 박광온 의원은 친문과 이낙연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초반만 해도 당내 탄탄한 기반의 친문을 앞세운 박광온 의원의 우세 구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친문에 원내대표마저 맡길 수 없다는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여기에 박홍근·박광온 양강 뒤를 쫓던 정세균계 안규백·이원욱 의원을 향했던 표심마저 막판 '친문 견제' 대의에 따라 박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자 수락 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다. 172명 의원님들의 열정· 의지·경륜·지혜를 하나로 모아서 담대하게 변화를 이끌어 나겠다"며 "'집단의 지혜'를 넘어서는 위대한 의견은 없다. 우리 모두가 원내대표이자 우리 모두가 민주당"이라며 당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1차 투표 이후 정견 발표에서도 "차기 지도부는 단결을 새 출발의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한다.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로, 하나로 뭉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통합을 말했다.
통합을 선언했지만, 박 원내대표 눈앞에는 여러 과제가 산적하다. 당장 사실상 친문 대 비문 계파 대결이었던 이번 원내대표 선거 흐름과 상관없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오는 8월까지 당을 '원팀'으로 이끌어야 한다. 또 그간 당내에서 불거졌던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잠재우고 윤 위원장과 함께 당 화합을 도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6월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함은 물론이다.
앞서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이던 윤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거센 대선 패배 후폭풍에 직면했다. 김두관·이수진 의원 등은 "윤 위원장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필패론'을 언급했다. 당내 개혁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민주당보좌진협의회 등도 윤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윤 위원장은 1996년생의 박지현 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인선하는 쇄신안 발표와 함께 "비대위원장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사퇴 압박을 일축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 172석의 거대 야당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차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견제하고 협치를 이끌어야 한다. 당장 윤 당선인 측이 제안한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협상은 물론 국민의힘과의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하다. 이외에 윤 당선인 측과 청와대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 문제를 비롯해, 검찰개혁·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를 놓고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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