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미국의 물가지수가 고점을 찍고,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이 미적지근하면서 국내 정유 화학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8.3% 상승했다. 지난 3월 8.5%보다는 하락해 상승률이 8개월 만에 꺾였지만 예상치 8.1%보다는 높게 형성됐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높은 CPI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증권은 정유·화학 등 실적 개선세가 부각되는 국내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에 대비하라고 조언했으나, 실제 수치가 나온 다음에는 어조가 바뀌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소재 주유소의 가격표. (워싱턴·신화통신=뉴시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안정된다는 자신감을 못 주는 결과였다"며 "근원물가 지수 같은 세부사항을 뜯어볼 때 오히려 3월보다 더 높아진 항목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에 물가가 더 많이 빠질 것인지 많이 회의적"이라며 "당분간 '개마고원'처럼 (물가가) 높은 상태로 계속 이어진다는 의심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서 연구원은 또 "'반등에 대비하라'는 조언의 대전제는 물가 안정"이라며 "이제는 시장 변동성에 좀더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정점을 찍었더라도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높은 유가는 경제에 부담된다"며 "앞으로 물가와 유가를 잡을 정책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경기 부양에 신중한 편인데다, 제로 코로나 정책까지 겹치면서 경제 회복세는 하반기를 기다려야 하게 됐다. 인민은행은 최근 '1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유동성을 과공급하지 않겠다’ 및 ‘부동산을 단기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유지했다. 경제를 타는 정유·화학 특성상 유동성 공급 내지 건설 경기 부양이 중요하지만, 당국 정책의 뚜렷한 수혜를 누리기에는 아직 먼 셈이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이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통화 정책 완화 기조는 유지하지만, 물가나 미중 금리차 역전, 또 위안화 절하 등 문제가 있어 좀더 신중하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기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인 제로코로나 정책은 오는 10월 당대회 등 대형 이벤트 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후에는 경기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2분기가 경기 바닥이고 하반기에는 조금 소폭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분기가 지나도 바닥을 칠지 회의적인 시각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중국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기활성화하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좀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아시안게임 연기 등 현재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거 같다"고 우려했다.
9월 개최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미크론 확산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체육계에서는 2023년에 열린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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