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임금과 물가 간의 연쇄 상승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임금이 더 크게 오를 경우 경기 전체의 물가 상승 압력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따른 고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 임금과 물가 간 연쇄 상승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8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미국의 임금과 물가 간 상호 파급경로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연쇄 상승 발생 가능성에 대해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은 임금·물가 간 연쇄 상승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한 반면 써머스(Summers)는 임금을 생계비에 연계시키려는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임금·물가 연쇄 상승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먼저 한은은 '임금에서 물가로의 경로'를 분석했다. 특히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임금이 상승하고, 고 인플레이션 등으로 기업이 비용 상승을 가격에 전가하기 용이해지면서 임금의 물가 전이 경향은 강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물가에 대한 파급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서비스업 임금이 더 크게 오르면서 경제 전체의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기업이 임금 충격을 상품 가격에 전가하기가 용이해질 뿐만 아니라, 이는 보호무역 강화 등에 따른 세계화 추세 약화도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기 쉬운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반대로 '물가에서 임금으로의 경로'도 파악했다. 다만 최근 임금상승이 주로 구인난에 기인한 데다 노조협상력이 약화되고, 장기 기대물가를 반영하는 임금협상 관행 등을 고려할 때 물가가 임금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감염 위험과 돌봄 공백에 의한 조기은퇴, 구인난 속에서 더 나은 직업을 찾기 위한 이직 등이 최근 임금 상승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은은 기업이 임금 인상 시 주로 고려하는 미국 장기 기대물가는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벡터자기회귀(VAR)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도 경로 점검 결과를 뒷받침했다. 단위노동비용 충격은 물가에 뚜렷한 플러스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물가 충격이 단위노동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이에 비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1%포인트 확대 충격 발생 시,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1.33% 상승했다. 플러스 반응도 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 1%포인트 확대 충격에 대해 단위노동비용의 유의한 플러스 반응은 최대 0.4%, 지속기간은 4분기까지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임금·물가 간 연쇄 상승 발생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고 인플레이션 고착 시 실질임금 보전을 위한 임금인상 요구 뿐 아니라 고용 단계에서부터 임금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어 연쇄 상승 발생 가능성 우려는 상존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8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미국의 임금과 물가 간 상호 파급경로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연쇄 상승 발생 가능성에 대해 점검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 성조기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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