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이재명 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가 2일 0시께 인천 계양구 자신의 선거 캠프에 도착해 당선 소감을 전하기 전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6·1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이재명 책임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재명 당선인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 경기도 성남을 두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하면서, ‘자생당사’(자신은 살고 당은 죽는다)한다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다. 특히 당의 원로부터 쇄신파까지 계파를 불문하고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8월 전당대회를 검토하던 이 당선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 당선인과 측근들은 일단 발언을 아끼고 '숙고모드'에 돌입했다.
이 당선인은 2일 오후 2시쯤 비공개로 진행된 캠프 해단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당내에서 일고 있는 ‘책임론’, ‘전당대회 출마’ 등에 대한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전날 캠프 상황실에서도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냈을 뿐 책임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등에 대해서는 이틀째 침묵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이 당선인 측에서는 지방선거에 패배한다고 해도 일정 역할을 통해 당 쇄신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당선인이 국회 입성 후 당 지도부가 임기를 마친 8월에 전당대회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 빗발치자 급히 자세를 낮추고 있다.
비판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친문계 의원들이다. 이 당선인과 지난 20대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책임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고 이 당선인을 겨냥했다. 신동근 의원도 “송영길과 이재명의 ‘품앗이’ 공천으로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홍영표 의원은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했고 전해철 의원 역시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 필요한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면서 국민이 기대하는 민주당의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원로들도 ‘책임론’에 가세했다. 국회부의장 출신의 이석현 전 의원도 "한 명 살고 다 죽었다"며 "지역주의 타파라는 신념을 위해, 종로 국회의원을 포기하고 부산 험지에 가서 낙선했던 노무현님이 그리워지는 밤"이라고 했다.
당내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이 당선인의 8월 전당대회 출마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 당선인 측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당선인과 가까운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이전부터 친문계 의원들끼리 당권을 가져오기 위한 회동을 여러차례 했다고 들었다”며 “이 당선인에 대한 책임론은 당권을 쥐기 위한 사전 주도권 경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빌미로 친문계가 당 쇄신 등에 주도권을 쥐면서 부상하도록 한 정치적 포석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는 “이 당선인은 당내에서 제기된 ‘책임론’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며 “원 구성이 합의될 때 공식적인 입장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비공개 일정을 수행하며 공식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이 당선인 측은 “이 후보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중앙당에서 성비위 문제 등을 일으킨 것이 전체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누구의 잘못인지를 하나 하나 따지고 들어가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의 시작인 문재인정부에는 책임이 없느냐”고 불쾌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에서 느슨한 개혁으로 비판을 받았는데, 성과 있는 개혁을 추진할 인물은 이 당선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 당선인 측은 “이 당선인이 실제로 전당대회에 출마할 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지지자들이나 주변에서는 당권에 도전해 당을 개혁해야 한다고 하지만, 본인 결단이 확실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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