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유일한 민주당 깃발 '남해'…국민의힘으로선 '난공불락'
장충남, 과반 이상 득표로 재선 성공…영남 유일 민주당 기초단체장
'정당보다 인물론' 승부수 주효…'민선 초대 남해군수' 김두관 영향력 재확인
2022-06-06 12:31:11 2022-06-06 12:31:11
지난 1일 장충남 민주당 남해군수 후보가 경남 남해군 남해읍 소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남해군수에 당선된 장충남 당선인은 민주당이 참패한 이번 6·1지방선거에서도 과반이 넘는 56.14%의 지지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남해군민들은 경남지사 선거에서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63.54%를 몰아줬지만, 군수에 대한 선택은 달랐다.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PK)을 비롯해 영남 광역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유일하게 남해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의 연전연승으로, 국민의힘으로서는 남해가 난공불락의 지역이 됐다.
 
남해에서의 승리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군 유일한 영남의 희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남해군에서 획득한 득표율은 61.86%,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33.91%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는 남해에서 63.54%를 얻은 반면, 양문석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31.8%에 그쳤다. 민주당의 대선후보와 경남지사 후보가 남해군에서 30%대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음에도 장충남 당선인은 과반 득표를 얻으며 다른 결과를 냈다.
 
그간 남해군민들은 정당과 무관하게 인물을 선택하는 성향을 보였다. 최초 파란의 주인공은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었다. 마을 이장과 지역신문 활동으로 기반을 닦은 그는 1995년 첫 민선 남해군수 선거에서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국 최연소(36세) 군수의 기록을 써냈다. 뒤이어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정현태 군수가 2차례씩 번갈아 군수에 당선됐다. 이후 국민의힘 소속 박영일 군수에 이어 민주당 소속 장충남 당선인이 승리하는 등 보수와 진보 후보가 교차로 당선됐다. 
 
장충남 당선인의 상대는 선거 막판 'AI 윤석열 지지 논란'이 있었던 친윤 박영일 후보였다. 새정부 출범 효과와 함께 국민의힘의 이른바 '힘있는 집권여당 후보론'에도 불구하고 장 당선인은 박 후보를 여유있게 눌렀다. 특히 남해군과 함께 '남해안 벨트'로 불리는 거제·통영시장과 고성군수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며 PK 정치지형이 완전히 보수진영 독점 체제로 기울었음에도 남해군수는 장 당선인의 승리로 민주당 깃발을 지킬 수 있었다. 남해에서 단 1명을 뽑는 경남도의원 선거에서도 류경완 민주당 후보가 김창우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8년 4월 당시 장충남 민주당 남해군수 후보가 23일 남해읍사무소 맞은편 건물 2층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김두관 의원 등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초대 남해군수로 선출됐던 김두관 의원의 지역 영향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김 의원은 무소속으로 1995년 민선 초대 남해군수에 당선되며 '전국 최연소, 이장 출신 민선 초대 지자체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김 의원은 1998년 선거에서도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애칭과 함께 진보진영 첫 경남지사에까지 올랐다. 김두관의 등장으로 남해군수 선거는 정당보다 인물 중심으로 투표하는 계기가 형성됐다는 게 지역 정가의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장 당선인의 '일꾼론'이 힘을 받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가 있어 가능했다. 실제 장 당선인은 정당보다 해저터널 건설, 국도3호선 확장, 경찰수련원 유치 등 지난 4년간 남해군수로서 해낸 성과를 강조했다. 동시에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장 당선인이 김두관 의원의 경남지사 시절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점도 재선에 성공한 요인으로 꼽힌다. 장 당선인은 김 의원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향 후배이기도 하다. 경찰 간부 출신인 장 당선인의 2018년 첫 출마 당시 이력은 비교적 화려했으나 지역 내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다. 그는 당시 지역에서 김 의원의 영향력이 강한 점을 노려 비서실장 출신임을 적극 알리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남해는 영호남 지역의 경계선에 있다 보니 양쪽 진영으로부터 절대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영남은 국민의힘, 호남은 민주당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고, 어느 쪽이든 정당과 상관없이 인물 경쟁력만 있으면 당선이 될 수 있는 유권자들의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두관 의원의 영향력이 굉장히 컸다"며 "장 당선인이 (김 의원의 비서실장 등)정치적인 경험이 있는 데다 인물 중심의 표심 확보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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