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변이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재유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의 긴급사용승인이 결정됐지만 사용 대상이 제한적인 만큼 재유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공통된 전망이 나온다.
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6월19~25일) 국내 BA.5 신규 검출 건수는 전주 38건에서 137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BA.5 검출률은 2.0%에서 7.5%로 상승했다.
BA.5는 오미크론에서 갈라진 하위변이 중 하나다. 해외 연구에선 다른 변이들에 비해 전파 속도가 빠르면서 폐 조직에 침투하는 능력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요 국가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그래프.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유럽 국가들은 BA.5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미 재유행에 돌입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이스라엘은 지난 1월 역대 최다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유행 감소세에 진입했다가 최근 BA.5 확산 영향으로 재유행을 앓고 있다. 이스라엘과 같은 시기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던 프랑스도 최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미국의 경우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알려진 BA.2에서 파생한 BA.2.12.1이 동부지역에서, BA.5가 서부지역에서 주로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미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1~2달 뒤 우리나라에서 재현되는 만큼 이르면 이달부터 재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을 점쳤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이들 지역에서 유행하는 오미크론 하위변이가 BA.5인데 전파력이 높아 우리나라도 (확진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여름 휴가철이라는 시기적 요인도 겹쳐 이동량이 많아지면서 확진자는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증상만 놓고 보면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6월 셋째 주에 들어서면서 BA.5 비율이 늘어나 7~8월에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미국에선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BA.5가 유행하지만 유럽은 대다수 국가에 BA.5가 퍼졌는데 우리나라도 쫓아가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변이 바이러스 확산, 해외 유입 증가, 백신 접종 뒤 면역 감소, 거리두기 완화 등이 겹치면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BA.5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는 하지만 동물 데이터에서는 BA.1보다 폐 조직 침범도가 높아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 중증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6월30일 국내 긴급사용승인이 결정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 긴급사용승인이 나왔지만 전반적인 유행 상황에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약의 효과와는 별개로 사용 대상이 제한적인 탓이다.
이부실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예방용 항체의약품으로 우리나라에선 지난달 30일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적용 대상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으며 최근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이 없는 성인, 소아(12세 이상, 체중 40㎏ 이상) 중 혈액암,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 투여 환자와 같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면역저하자다.
천은미 교수는 "요양시설이나 항암치료,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들에게 이부실드를 투여할 것"이라며 "확진자 수를 낮추는 게 아니라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이부실드 극히 일부 대상자에게 투약할 정도로 사용이 제한됐다"며 "고위험군의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약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이 적은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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