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재고자산회전율이 1년 전보다 소폭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분양 일정이 미뤄지는 등 재고가 매출로 인식되는 속도에 하방 경직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늘어난 재고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이 존재한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재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재고자산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활동성)를 보여준다. 통상 회전율은 높을수록 현금흐름 개선에 도움이 된다. 재고자산은 당기에 매출원가 등에 산입되지 않고 남아 손익에 영향을 미쳐서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재고자산에 개발이나 사업부지 확보를 위해 사두는 용지를 비롯해 원자재, 가설재와 미분양·미완성 주택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장기간 적체된 재고는 운전자본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금리인상, 정권 교체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프로젝트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졌고, 국내 분양 일정이 미뤄지는 등 차질을 빚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총자산대비 재고자산 평균 구성비율도 7.9%에서 8.7%로 올랐다. 보유한 재고자산 중 판매되지 않고 쌓여있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총 재고액은 8859억 4700만원으로 17% 늘었다.
건설사별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회전율이 100.25회로 선두를 차지한 반면 롯데건설의 재고자산회전율은 작년 2분기 19.48회에서 올해 2분기 8.45회로 반토막 났다. 총자산대비 재고자산구성비율은 5.80%에서 8.08%로 올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총자산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작년 상반기 8.07%에서 올해 6월 12.78%로 상승했으며 회전율은 4.9회에서 3.5회로 하락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회전율은 2.19회에서 4.36회로 개선됐으나 총자산대비 재고자산 구성 비율은 작년 상반기 16.6%에서 올해 20.3%로 오히려 증가했다.
(표=뉴스토마토)
재고자산별로 살펴보면 용지는 줄어든 반면 원재료 재고는 늘어난 양상을 보였다. 실제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재고자산 가운데 원재료 관련 재고는 작년 상반기 115억71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198억900만원으로 71.20% 급증했다. 이에 반해 용지는 618억3600만원으로 17.68% 감소했으며 미착품 및 기타, 가설재, 저장품 관련 재고자산은 각각 전년대비 –67.6%, -31.5%, -16.4% 줄었다.
현대건설 역시 원자재 관련 재고는 426억86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3% 증가했지만, 용지는 5344억7200만원에서 4212억1600만원으로 21.2% 줄었다. DL이앤씨의 용지 관련 재고자산도 작년 2분기 9313억4200만원에서 올해 2분기 8296억200만원으로 감소했다.
GS건설의 용지 관련 재고는 3833억3500만원에서 4168억7600만원으로 시평 상위 5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용지 관련 재고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원재료 관련 재고자산은 1106억5300만원으로 85.4% 뛰었다.
한편 업계에서는 자산 효율성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원자재 수급 불확실성 고려 시 원재료 비축 등 전략적 재고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재고자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매출이 감소하고 현금 회수가 안 되는 등 유동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건설사별로 다르긴 하겠지만, 각사마다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 지연이나 자산 처리를 못해 재무적으로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재고자산을 무조건적으로 나쁘게 볼 것이 아니다”라며 “(부실자산으로 보기보다) 오히려 요즘 같이 공급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원재료를 미리 매입해 보관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상황을 검토해서 관리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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