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수출 증가 효과는 과거보다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0년 이후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고도화되면서 주변국들과의 저가 품목 가격 경쟁 구도가 아닌 품질·기술 우위 등 가격 외적인 요소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환율 변동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구조로 가야한다는 조언이다.
19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원화 환율의 수출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이후 원·달러 환율과 수출의 관계성이 크게 약화됐다. 보고서를 보면, 2010년 이전까지 실질실효환율이 1% 내렸을 때 주요 산업 수출은 0.71% 늘었다. 이후에는 0.55% 증가에 그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으나 수출 증가율이 둔화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교역상대국과의 교역량과 물가변동을 반영해 산출한다.
산업별로 보면 디스플레이의 경우 2010년 이전까지 실질실효환율이 1% 하락하면 수출은 1.69%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에는 0.04%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도체(1.42→0.10%), 자동차(0.96→0.12%), 이차전지(0.27→0.09%)도 실질실효환율과 수출 증가 간 상관관계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섬유와 석유화학 수출에 대한 영향력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은 19일 '원화 환율의 수출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2010년 이후로 원·달러 환율과 수출의 관계성이 크게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표는 실질실효환율 1% 하락에 따른 산업별 수출 증가 효과 (출처=산업연구원)
제품 가공 단계별로 보면 원유나 광물 같은 1차 산품은 2010년 이전까지 실질실효환율 1% 하락 때 수출이 1.27% 늘었으나 2010년 이후 수출은 오히려 0.62% 줄어드는 등 환율과의 관련성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간재(0.92→0.65%), 최종재(0.53→0.48%)도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약화됐다는 게 산업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원인은 저가 품목 생산으로 가격 경쟁을 하던 우리나라가 2000년 이후 기술 개발 중심의 산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수출 구조가 고도화했기 때문이다. 품질·기술 우위 등 가격 외적인 요소가 중요해지면서 환율 영향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가공단계에서는 환율 영향력이 오히려 더 커졌고 환율이 수출에 끼치는 영향은 다시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에서다.
이소라 산업연 동향·통계분석본부 부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론 환율 변동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구조로의 변화가 바람직하다"며 "최근처럼 환율 변동이 국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핵심 원자재와 부품을 더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대응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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