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기준금리 인상, 경기 침체 여파로 서울 강북 아파트값이 8개월 만에 9억원대로 하락한 가운데, 일대 정비사업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 등 연초부터 분양을 계획했던 재개발 단지들은 하반기 들어 급격한 시장 냉각에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며 사업 시기를 속속 연기하는 추세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불가피하고 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 문제도 단기간 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정비사업 실적 악화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5일 KB부동산의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한강 이북 14개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76만원으로 1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강북권 아파트는 올해 2월 10억487만원을 기록하며 10억원의 벽을 넘어선 이후 6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0억1400만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며 8개월 만에 9억원대로 회귀하게 됐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파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이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 급증으로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고인플레이션 기조에 따른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등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주택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거래 냉각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강북의 경우 입지, 교통, 편의시설 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이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점도 호가가 빠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강북 집값 하락세가 일대 정비사업 전망까지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3069가구 규모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지는 올해 초 일반 분양 예정이었지만 분양가 산정 문제로 일정이 연기됐다. 또 이문3구역 재개발 역시 내년 상반기로의 일정 연기가 유력시된다.
동대문구에 소재한 휘경3구역도 분양 일정을 늦춘 상태다. 또 성북구 장위4구역, 은평구 역촌1구역 등도 다음 달로 일정을 뒤로 미뤘지만 더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연초만 해도 강북 정비사업장 상당수는 5월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분양을 하반기로 미룬 사례가 많았다. 특히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민간 주축의 주택 공급 플랜을 제시하면서 기대심리도 한껏 고조된 상태였다.
하지만 당국이 하반기 들어 뚜렷해진 물가,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자, 정비사업 단지들이 분양가 산정 문제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 문제, 조합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전반적인 사업상이 저하된 점도 일정 연기의 주요 원인이 됐다.
업계는 이 같은 정비사업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미국 정책금리 인상 여파가 국내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고, 우리 기준금리 상단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정비사업장 역시 이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시공사, 조합 입장에서 일정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무리한 분양에 나설 이유가 없다. 시장이 호전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정비사업장에서의 실적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도심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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