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며 그간 높은 인기를 구가해온 토지 거래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토지 시장은 규모의 특성상 주택에 비해 금리나 시세 흐름에 비교적 둔감한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올해 하반기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전반의 활력이 저하하면서, 토지 시장 역시 거래 동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키지 못하며 토지 매입에 나서지 못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면서, 당분간 토지 거래 가뭄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토지 거래량은 약 48만필지(383.1㎢)로 전 분기 대비 17개 시·도에서 모두 내림세를 보이며 26.4% 급감했다. 이는 2013년 3분기(46만6000필지)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아울러 3분기 건축물 부속토지를 뺀 순수토지 거래량은 21만3000필지(356.8㎢)로 2분기보다 21.3% 줄었다. 2012년 3분기 21만필지가 거래된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최근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지표들이 악화하고 있지만, 특히 토지의 경우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통상적으로 땅값은 부동산 가격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부동산 PF 부실 사태는 토지 거래 가뭄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주택 시장 활황기에는 금융권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을 보고 토지만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출에 나서왔지만, 최근 PF의 위험 요소가 부각되면서 대출을 막는 추세여서다.
토지 매입을 추진하다가 PF 중단으로 매입을 포기하는 건설사, 시행사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개발 사업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토지 매입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자연스레 토지 거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항상 그렇진 않지만 토지 거래는 보통 개발을 목적에 두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업을 연기하거나 무산시키는 사례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토지 거래 냉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토지는 워낙 고가의 자본금이 투입돼 사업 주체들이 PF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PF 흐름 자체도 워낙 좋지 않은 데다, 설령 PF에 성공한다 해도 고금리로 인해 프로젝트의 사업성도 떨어지는 추세다. 건설사든, 시행사든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간 급등한 땅값에 따른 피로감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 중견건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 광풍과 함께 전국 토지 가격 및 거래는 줄곧 급등 추세를 보였다"며 "이번 국토부 통계만 봐도 3분기는 PF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시점인데, 이미 거래는 줄고 있었다.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지가가 크게 뛰면서 이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 삼성동 일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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