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김지영 기자] 경기 위축·기업 실적 부진에 따라 올해 세수 결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작년 수준의 세금이 걷혀도 올해 20조원 이상의 결손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14개월 연속 무역적자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재정수지와 무역수지의 '쌍둥이 적자' 위험 신호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성 기조를 벗어나 세출 구조조정과 재정 균형을 통한 경기 침체 대응에 주력해야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구조적 적자의 고착화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침체 국면 탈출 노력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023년 3월호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2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24조6000억원 적자로 지난해 동기보다 적자 폭이 9조5000억원 확대됐습니다.
2월 관리재정수지는 30조9000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10조9000억원 늘었습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합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023년 3월호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2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24조6000억원 적자로 지난해 동기보다 적자 폭이 9조5000억원 확대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작년 수준 걷어도 20조원 이상 '세수 결손' 예상
올해 2월 누계 총수입은 국세수입과 세외수입이 감소해 전년 동기 대비 16조1000억원 감소한 90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습니다.
2월 세수 진도율은 13.5%입니다. 올해 본예산 400조5000억원 중 2월까지 13.5%가 걷힌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4.2%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최근 5년간의 진도율 16.9%보다도 낮습니다.
특히 거듭하는 부동산 거래량 감소, 기업 실적 부진에 따라 세수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간 세수 결손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본예산은 지난해보다 4조6000억원 늘어난 400조5000억원이지만, 2월 누계 국세수입이 15조7000억원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3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의 세금이 걷혀도 20조3000억원 정도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2월 누계 총지출은 11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조6000억원 감소했습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023년 3월호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2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24조6000억원 적자로 지난해 동기보다 적자 폭이 9조5000억원 확대됐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수 감소…유류세율 정상화하나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이달 발표할 유류세 인하 연장 방안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세수 감소를 고려할 때 현행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류세 한시 인하 등에 따라 지난해 교통세는 전년보다 5조5000억원이 줄어든 11조1000억원이 걷혔습니다.
유류세 인하 폭을 보면 2021년 11월부터 20%를 인하했고 지난해 5월부터 30%, 7월부터는 37%까지 확대했습니다. 올해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25%로 축소됐지만,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7%를 적용 중입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4월30일 종료되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와 관련해 종료 이후 운용 방향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는 기업의 활성화를 통한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 세금은 낮게 유지하겠다는 기조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증세는 가능한 한 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지출이 증가하는 요소를 가능한 줄이는 것, 세출 구조조정 정도가 대책으로 보인다. 세입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보다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균형 재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무역수지도 적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입니다.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째 적자를 기록하던 무역수지는 14개월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4개월 연속 무역적자 '경고등'…경상수지 '비상'
무역수지도 적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입니다.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째 적자를 기록하던 무역수지는 14개월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수출액은 551억2000만달러, 수입은 597억5000만달러로 46억2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1월 126억9000만달러, 2월 53억달러보다는 줄었지만,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 1000만달러 이후 13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1~10일까지의 무역수지도 34억17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입니다.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방증입니다.
무엇보다 올해 2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5억2000만달러 적자로 2개월 연속으로 내리막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달간 47억3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입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023년 3월호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2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24조6000억원 적자로 지난해 동기보다 적자 폭이 9조5000억원 확대됐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사진=뉴시스)
"경기 침체 장기화 시그널…'재정 운용·시장개입' 정부 노력해야"
홍기용 교수는 "상반기 세수가 1년 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반기 세수가 나쁘면 올해 전체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세금은 과거 수치로 내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세수 결손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정부가 세제 개편을 하면서 60조원 정도에 달하는 감세 정책을 취했다"며 "올해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제도 개편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같이 맞물리게 되면 세수 감소는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해서 재정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재정준칙을 고집하게 되면 재정이 해야 할 경기 대응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대응을 적절히 했을 때와 비교해 경기 침체가 더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면 세수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진다는 것은 국내 경기가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시그널일 수 도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 정책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다소 적자 폭이 발생하더라도 시장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침체 국면을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정해훈·김지영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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