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관객(觀客)이 아닌 광객(狂客), '밑져야 본전'이 아닌 '미쳐야 본전'.
흡사 히트곡 '챔피언'의 첫 가사 '모두의 축제/서로 편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와 연결될 것 같은 이 운율감의 유행어는 가수 싸이(46)의 대표적인 공연 브랜드 '흠뻑쇼'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습니다.
시원한 느낌의 파랑 옷을 입고 바다 같은 장관을 만드는 '흠뻑쇼'가 올해로 12주년을 맞아 글로벌 OTT에 진출했습니다. "콘셉트가 지속되면 스타일이 되고, 스타일이 지속되면 문화가 됩니다. 흠뻑쇼는 여름에 파란 옷을 입고 맞춰 입고 경험하는 워터 테마파크 같은 느낌의 음악 위락시설이 된 셈이죠." 온라인 감담회에 나선 가수 싸이가 말했습니다.
지난해 전국 7개 도시를 돌며 35만명을 끌어 모은 '싸이 흠뻑쇼 서머 스웨그 2022' 실황을 영상으로 옮긴 것. 디즈니 플러스(+)에서 지난 3일 독점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전국 7개 도시를 돌며 35만명을 끌어 모은 '싸이 흠뻑쇼 서머 스웨그 2022' 실황을 영상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지난 3일 독점 공개됐다. 사진=피네이션
무대 뒤편 3인칭 시점으로 싸이와 수만 관객들의 일렁임을 함께 잡는 카메라 앵글, 간헐천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물폭탄, 갓과 파란 한복 차림으로 춤을 추는 MZ 세대들의 모습…. 영상으로 보는 '흠뻑쇼'는 흠뻑 빠져들만 합니다. 사운드 믹싱에 공을 들인 점이 특기할만 합니다. 특히 다른 라이브 공연 필름보다 관객들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도록 했다고. 현장감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글로벌 OTT로 내놓는 만큼, 한국어 노랫말을 번역한 영어 자막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한국어 특유의 구어체 정서를 외국 스타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싸이는 "'강남 스타일', '댓댓' 같은 곡을 제외한 다른 곡들까지 세계로 더 알려질 수 있는 기회"라고 봤습니다.
아이돌 그룹이 아닌 K팝 가수가 글로벌 OTT에 진출한 이번 사례는 이례적입니다. 통상 두터운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아티스트의 구매력과 흥행성이 담보돼야 글로벌 OTT의 입점 장벽을 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BTS 제이홉과 슈가가 각각 내놓은 다큐 '제이홉 인 더 박스'와 '슈가: 로드 투 디-데이'도 확보하면서 K팝 콘텐츠에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솔로 앨범 제작기부터 무대 비하인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에 집중하면서 콘텐츠 흥행 키를 쥐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전국 7개 도시를 돌며 35만명을 끌어 모은 '싸이 흠뻑쇼 서머 스웨그 2022' 실황 영상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지난 3일 독점 공개됐다. 사진=피네이션
OTT와 공연의 결합, 공연의 영상화나 다큐화 흐름은 코로나 전후 전 세계 음악계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습니다. 물리적으로 '지금, 이곳'에 존재함으로써 완성되는 게 공연 예술이란 당연한 명제가 코로나 이후 성립하지 않아왔기 때문입니다. 라이브 무대를 단순 녹화해 집단 상영하는 것에서 나아가 플랫폼 발전과 온라인 스트리밍 유료화와 맞물리며 새로운 콘텐츠 창작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코첼라뮤직페스티벌을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거실 안 TV에서 세계적인 록 밴드 콜드플레이가 펼쳐놓은 공연장의 우주가 펼쳐지는 게 지금입니다. 심지어 방탄소년단(BTS)과 하이브는 여러 대의 카메라 앵글을 실시간으로 틀어주고 '글로벌 아미들'이 선택해서 볼 수 있게 하는 '멀티뷰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을 오프라인 공연과 실시간으로까지 연결합니다. 심지어 연동된 '아미밤'의 색깔까지 바뀌며 새로운 공연 경험을 확장합니다.
그러나 싸이나 BTS 같은 대중가수들을 제외하면, OTT와 공연 간 얽히는 과정에서 경계하고 주의할 점도 분명히 상존합니다. 우선 OTT업체들의 독점 콘텐츠 확보 과열 경쟁으로 구매력이나 흥행성이 담보되지 못한 공연 콘텐츠들은 온라인 상에서 보여질 기회를 점점 잃게 될 것입니다. 즉, 공연 문화의 장르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또 영상으로 재매개된 공연은 결국은 영상 콘텐츠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한계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상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라이브 무대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나 구성을 고민하고 관객 니즈를 찾는 시도를 해야하는 이유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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