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노무현 대통령 취임 당시 "국가균형 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외친 '중앙·지방, 조화·균형 발전'의 초석이 '지역균형발전' 정책입니다. 노 대통령은 국정 철학인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004년부터 지방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의 국정 철학이 계승되기는커녕, 역대 정부 입맛에 따라 이름만 달리하면서 말로만 균형발전이라는 오명을 낳았습니다. 지난 18년간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 정책을 이어왔지만 수도권 비대화, 지방 황폐화로 더 악화된 모습입니다.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소멸 '위기'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국내 인구 순유입지역은 경기(1만3591명), 인천(7803명), 충남(3789명) 등 5개 시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수도권인 경기도에는 2030 인구가 몰렸습니다. 경기도의 연령대 분포를 보면 30~34세 3008명, 35~39세 2443명, 25~29세 1546명 등의 인구가 유입됐습니다.
경남(-7820명), 경북(-3665명), 대구(-3189명) 등 나머지 12개 시도는 모두 인구가 유출됐습니다.
지역경기의 편차도 컸습니다. 지역 수출의 경우 대구(27.6%), 광주(6.0%), 울산(1.0%)은 증가했으나 충남(-35.3%), 세종(-34.4%), 제주(-22.2%) 등 나머지 14개 시도는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도 대구와 인천·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명목 지역내총생산 중 수도권 비중은 52.5%로 1985년(43.7%)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국토 면적의 11.8% 불과한 수도권에 국내 총인구의 절반이 넘는 50.2%(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100대 대기업 본사의 91%, 상위 20개 대학의 80%, 의료기관의 5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반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5%(106곳)가 3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국정 철학이 계승되기는커녕, 역대 정부 입맛에 따라 이름만 달리하면서 말로만 균형발전이라는 오명을 낳았습니다. 사진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심포지엄 모습. (사진=뉴시스)
164조원 투입했지만 지역불균형 '악화'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은 특별법에 근거한 최상위 균형발전정책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부터 2019년까지 4차에 걸쳐 수립돼 왔습니다.
참여정부에서는 3대 입법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설치, 세종 신행정수도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으로 수도권 분산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수도권과 기득권층의 강력 반발에도 전국 시·도마다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 등을 이전시켰습니다.
이런 정책 효과로 지방 세수와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역이 조금씩 활기를 띠었습니다. 당시 서울 인구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균형발전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 문재인 정부로 계승되면서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18~2022)'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는 등 다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으로 돌아섰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은 정권들 마다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노무현 국정 철학이 계승되지 않고 이름만 달리했다는 평이 나옵니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지역발전위원회'로 문재인 정부 때 다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가 대표적입니다.
2005년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가 만들어진 이후 지난 18년 동안 164조원의 재원이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구와 경제력 불균형, 삶의 질 편차는 개선되지 않았고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위험은 더욱 커졌습니다.
비수도권은 저출산·고령화, 청년층 유출로 인한 지방소멸 및 지방대학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한국 지역정책의 변천과 시사점’ 보고서을 보면 노무현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선 지방 육성, 후 수도권 규제 개선’의 정책 기조를 강조하고 지역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이를 반영하려고 노력한 반면, 이후에는 이러한 기조가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송우경 산업연구원 지역정책실장은 "각 정부의 지역정책의 목표 및 전략을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는 지역 간 격차 해소(형평성)에, 이명박정부는 지역 경쟁력 제고(효율성)에, 박근혜정부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5년 단임제로 인해 5년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지역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지역정책이 중층적 구조와 단절성의 문제가 나타난다"며 "비수도권의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수도권과의 격차를 개선하는 지역정책의 목표와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계승되기는커녕, 역대 정부 입맛에 따라 이름만 달리하면서 말로만 균형발전이라는 오명을 낳았습니다. 사진은 수도권 사람들.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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