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14년 10월 휴대전화 유통시장 건전화를 위해 정부 입법으로 시행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기로에 섰습니다. 불법보조금이 성행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단통법으로 통신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정부는 추가지원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해 단통법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만, 개정안을 둘러싸고 의견은 여전히 분분한 상황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늦어도 7월초 전 발표 예정인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중 하나로 단통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단통법상 유통망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국회에 제출한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정부측이나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TF)에서도 추가지원금을 상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협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가지원금 상한이 30%로 높아지면
SK텔레콤(017670) 월 8만9000원 요금을 이용할 경우 갤럭시S23 모델에 대해 공시지원금과 유통망으로부터 지원금을 포함해 총 62만4000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현행 추가지원금 15%의 경우 지원금 총합 55만2000원 대비 높아지게 됩니다. 추가지원금이 늘어나면 소비자가 받아갈 수 있는 지원금이 늘어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고, 지원금 경쟁이 좀 더 활성화돼 불법지원금이 양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의견입니다.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대리점. (사진=뉴시스)
다만 단통법에 대한 의견이 9년째 분분했듯,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실효성이 크지 않은 개정안으로 오히려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우선 추가지원금 상향만으로는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적다는 점이 지목됩니다.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에 비례해 책정되는데, 공시지원금 자체가 적게 형성된다면 실제로 받게 되는 총 지원금이 크게 늘 수 없기 때문이죠. 통신3사가 지원금 자체를 줄이려 하고 있는 터라 공시지원금 자체가 확대될 가능성이 적어 통신비 인하 효과가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행 추가지원금 15% 지급이 현금 동원력이 큰 유통망 위주로 집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원금 상향도 현재와 비슷하게 집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형 유통망이 마진을 덜 남기는 대신 박리다매로 30% 지급에 나설 수 있는데, 이는 결국 현재의 불법보조금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이는 중소형 유통점의 고사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이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폐지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추가지원금 상향이 아닌 현실적인 법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개정안에 대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추가지원금 30% 상향과 관련해 국회 법안심사에서 당시 참여한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반대의사를 나타낸바 있어서 개정안 입법에 속도가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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