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두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설전이 이어지며 정부와 민주당의 대립이 '원 장관-김 지사'의 대리전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입니다.
원희룡 장관은 민주당이 '가짜뉴스'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를 걸고 넘어진다며 백지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기자회견까지 열며 민주당 당론을 대신해 '해임건의'를 거론하면서 맞불을 놓고 민주당의 선봉으로 나선 모습입니다.
원 장관과 김 지사의 설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놓고도 한차례 격돌한 적이 있어 2차전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 지 관심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김동연 경기도지사 '서울-양평 고속도로·1기 신도시' 논쟁.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원희룡,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 역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이어 교통을 분산해 양평군민과 양평을 오가는 시민들의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2009년부터 추진된 사업은 2017년 국토교통부 1차 건설계획 중점추진사업에 반영됐고, 2019년 3월 예타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후 2021년 예타 결과에 나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양평군 양서면이 올해 5월 8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돼 있어 논란이 됐습니다. 강상면 인근에 윤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일가의 토지가 있었고, 국토부가 특혜를 주기 위해 종점을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원 장관은 곧장 반박에 나섰습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당정협의회 이후 "해당 고속도로의 노선 검토는 물론 도로 개설 사업 추진을 전면중단하고, 윤 정부에서 추진된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원 장관이 김 여사 특혜 의혹을 전면 반박하고자 백지화 발언으로 정치적인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는 "논란과 관련해 권력층이든 의원이든 민간이든 연락이나 청탁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제 휘하 업무 관여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보고받거나 지시받은 게 있다면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초강수를 뒀습니다.
김동연 "부총리였다면 원희룡 해임 건의"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바로 맞받아 쳤습니다. 개인 SNS에 "대통령 처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야당 핑계를 대며 한순간 사업 백지화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개탄스럽다"며 "안타깝고 한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12일 경기도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경제부총리였다면 원희룡 장관 해임을 건의했을 것"이라며 강경모드로 전환했습니다.
김 지사는 "의혹이 제기됐다면 해당 의혹은 의혹대로 밝히고, 사업은 사업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비상식적인 사업 백지화를 거론하면서 장관직을 걸겠다는 발언은 부적절했다. 장관직은 노름판 판돈이 아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원 장관과 김 지사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일각에선 양측의 행보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원 장관, 김 지사…1기 신도시 두고도 공방
앞서 이들은 지난해 8월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두고도 설전을 이어온 바 있습니다.
원 장관은 '2024년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을 발표했고, 김 지사는 이에 "공약 파기"라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 발표했습니다.
이에 김 지사는 자신의 SNS에 "사실상 대선 공약 파기이고, 경기도는 정부와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라며 "지난 대선에서 야여 후보 모두 1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를 공약했는데, 이렇게 쉽게 파기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원 장관은 김 지사를 향해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치 그렇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경기도지사는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고, 전적으로 시장의 권한인데 뭘 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일부 주민이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틈타 정치적으로 공약 파기로 몰고 가고, 경기도가 해주겠다고 하는데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쓴소리를 한 바 있습니다.
원희룡-김동연 각자 정치적 야심도 포함?
원 장관과 김 지사가 여당과 야당을 대리해 논쟁을 벌이는 데는 각자 가진 야망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각각 여당과 야당의 대권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룡으로 거론되는 점에 미뤄볼 때 대립각을 세울 수록 국민들에게 스스로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지도를 올리고, 할말을 하는 '사이다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산시킨다면 정치적으로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왼쪽부터)원희룡 국토부장관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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