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광주 화정아이파크와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등 잇따른 붕괴 사고 여파로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일부 아파트의 경우 지하 주차장 기둥 전체에 전단보강근(보강 철근)이 빠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택 안전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부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진행합니다.
앞서 LH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발주한 91개 단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공 발주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를 계기로 민간 아파트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한 겁니다.
이번 정부의 조사 대상은 2017년 이후 준공된 188개 아파트 단지와 현재 시공 중인 105개 현장으로 총 25만가구 규모입니다. 더욱이 이 중 105개 단지(주거동 74개소·주거동과 지하 주차장 31개소)는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돼 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정부는 철근 누락 등 부실이 확인되면 시공사 책임하에 보수·보강을 진행하도록 조치하고 입주민들과의 보상 문제를 중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 같은 정부 설명에도 국민 불안은 좀체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이미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진 LH 발주 아파트 입주민을 비롯해 민간 아파트 수분양자들도 연일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별내퍼스트포레아파트(남양주별내 A25 블록)' 입주민 A씨는 "국가기관에서 책임지고 만든 집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암울하다"며 "이번 사건 때문에 집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닌 불안한 공간이 됐다"고 한탄했습니다.
해당 단지의 경우 지하 주차장 무량판 기둥 302개소 중 126개소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내년 경기 화성시의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직장인 B씨는 "건설사에 문의해 보니 우리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더라. 몰랐으면 마음이라도 편했겠지만, 입주하면 불안해서 살 수 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 중에 건축 시공 방식까지 생각하고 청약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실시공 사태를 계기로 주거 공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실행력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부실 공사 논란은 그간 제도가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적절한 구조 설계와 그에 충실한 시공 등 결국 원칙을 준수하는 실행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칙 준수에 수반되는 비용의 증가가 있다면 이를 공사비에 적절히 반영하고 동시에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는 영업 정지 등 적절한 페널티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무량판 적용 아파트의 부실시공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해당 공법이 적용된 아파트 거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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