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미일 3국은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각국에 발생한 위협·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 신속히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한미 동맹을 넘어 한미일 '준군사동맹'이 실현됐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한반도 안정이라는 실익보다 안보 위협을 더 키운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러시아와 쿠릴(일본명 지시마) 열도에서 영토 문제로 인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데 자칫 한국이 중국·러시아와의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첫 국무회의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안보가 위험하다'는 식의 주장이 있다"며 "3국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강해지면 외부의 공격 리스크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냐"고 밝혔습니다. 미국 주도의 반중국-반러시아 진영 가담으로 신냉전 구도가 공고화됐고 사실상 '준군사동맹'으로 동북아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야당 지적에 대한 반박입니다.
우리 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한반도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미일 정상이 공동성명 격의 문서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중국을 겨냥, 한반도 문제가 동북아 문제로 확장됐다는 겁니다.
한미일은 '정신'에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우리는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한국이 참여한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직접 명시하고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대만 문제 등으로 중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왕 대변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신냉전을 일으키려는 모든 시도는 지역 국가와 인민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해경선과 어선 수백척이 영유권 분쟁 도서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접근해 일본이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8월 일본 측이 제시한 중국 해경선 모습. 사진=뉴시스
일, 센카쿠·쿠릴 열도 분쟁 진행형
한미일 '준군사동맹'이 실현됐다는 분석은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Among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채택 때문입니다. '공약'에는 "대한민국, 미합중국, 일본국 정상은 우리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하여,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할 것을 공약한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뿐 아니라 일본의 영토 분쟁까지 한국이 관여를 고민해야 할 근거가 생긴겁니다.
지난 18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중국 해경국 선박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 주변 일본 영해에 잇달아 침범하면서 일본 정부는 대응 수위를 격상한 바 있습니다. 센카쿠 열도 앞바다에서 중국 해경국 선박이 일본 영해에 침입한 것은 확인된 것만 7월 19일 이후 21번째입니다. 중국의 선박이 사실상 매일 일본 영해에 배치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에도 센카쿠 열도에 해경 순시선을 보냈습니다. 이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를 표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수시로 센카쿠 열도를 순항하며 자국 영토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입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5월 일본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쿠릴 열도에서 고성능 지대공 미사일을 사용한 방공훈련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독도 문제를 연상시킬 만큼 고질적 영토 분쟁 지역으로, 일본과 중국·러시아가 격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만약 센카쿠·쿠릴 열도에 일본의 안보 위협이 발생하면 한국은 한미일과 공동대응을 위한 협의에 나서야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은 우려를 반박합니다. 특히 이번 한미일 3국의 협의가 준동맹이라는 표현에 "법적인 게 아니라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준동맹이라는 표현은 과하다"라고 설명합니다.
미국은 관점이 다릅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3국 간 공식적인 동맹과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이라고 분명히했습니다. 이는 아시아판 나토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유사시 한국 개입 가능성 열려있어"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한미일 '공약'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를 뛰어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원장은 "오커스는 동맹이라고 하지만 조약도 없고 각급 기관의 채널도 없는데 오히려 한미일은 오커스보다 더 강력한 소통 채널을 갖춰가고 있다"며 "군사훈련도 정례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위장이다. 동맹이라는 말만 안 쓸 뿐"이라고 짚었습니다.
센카쿠·쿠릴 열도 분쟁에 대한 한국의 개입 여부에는 "공약 내용을 보면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공동 대응을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대처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한다. 일본이든 한반도든 대만이든 (유사시) 그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정상회의·장관회의 등도 묶여 있고, (한미일) 훈련도 진행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자발적 참여라고 선을 그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일 훈련의 정례화가 시작되면 우리 정부가 독도와 동해 표기 문제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 원장은 "미 국방부는 이전까지 한국의 눈치를 보며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 표기했지만, 이제는 일본해라고 표기할 것"이라며 "우리 외교부의 입장은 병기 표기인데, 그것조차 미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또 동해에서 훈련이 진행될텐데 이대로가면 일본해 안에 있는 독도가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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