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네이버(
NAVER(035420))가 서울대학교와 운영하던 SNU팩트체크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단순한 계약 만료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포털 개혁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기에 의구심만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이버가 26일부터 뉴스 홈에 노출해 온 SNU팩트체크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사진=SNU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 화면 캡처)
네이버는 26일부터 지난 6년간 SNU팩트체크센터와 제휴해 네이버 뉴스홈에 게시해 오던 '팩트체크'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앞선 지난달 말에는 매년 이어온 10억원 규모의 예산 지원도 중단한 바 있습니다.
네이버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소식에 SNU팩트체크 제휴 언론사 기자(팩트체커)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기에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니만큼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25일 성명을 내고 "허위정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 문제로 떠오른 최근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이 질 높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자 세계적 추세"라며 "네이버의 일방적인 '팩트체크' 종료는 공익을 위해 언론사와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온 사회적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며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팩트체크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팩트체크를 지워버리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라며 "네이버 뉴스 홈에 '팩트체크'를 존속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SNU팩트체크센터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사업적인 이유로 재계약을 안 하게 됐는데,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는 26일 각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팩트체크 기사를 모아보는 형태의 뉴스 서비스 개편 사실을 알렸습니다.
네이버가 26일 각 언론사가 작성한 팩트체크 기사를 모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팩트체크 페이지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사진=네이버)
하지만 네이버 측의 이러한 설명에도 의구심만 커지고 있습니다. 사업적 측면이라는 종료 사유 자체가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포털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고, 또 과거 국민의힘이 SNU팩트체크를 겨냥해 '좌편향' 됐다고 비판해 온 바 있어 이번 조치의 배경에 관심이 더욱 쏠립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1월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가 문재인정부 기간 60억원의 뒷돈을 대고 '뉴스 영역'에 판을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박 의원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공격하는데 혈안이 된 SNU팩트체크 사업이 더 이상 지속될 이유는 없다"라며 "국민의힘은 네이버, 한국언론학회, SNU팩트체크센터가 결탁하여 팩트체크를 가장한 보수진영 공격에 분명히 엄단 심판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팩트체크에 대해 좌편향이나 우편향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이념 지향적인 잣대로 보는 것"이라면서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대한민국의 많은 언론사들을 종합해 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시기마다 사안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지나치게 포털을 통째로 매도해 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팩트체크의 본질은 이념적인 당파성이 아니라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되기에 앞으로 학술적, 민간 영역에서 확대해야 하는 것이고 정부가 지원해야 될 부분도 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네이버의 (사업 종료) 결정은 팩트체크에 대한 내용을 모르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시스)
또한 송 교수는 뉴스 알고리즘 조정 의혹과 관련 방통위가 전날 네이버 사실조사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법적 근거도 마련하지 않고 규제만 하겠다는 논리”라고 부연했습니다.
아울러 송 교수는 "포털이 뉴스 서비스에 대한 방향을 세웠으면 원칙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정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포털이 원칙을 갖고 뉴스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감시 장치를 만드는 등 공정하게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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