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네오위즈(095660) 패키지 게임 'P의 거짓'이 국내외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가운데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패키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임사
크래프톤(259960)인데요. 지난 연말 대작 패키지 게임을 냈다가 쓴 잔을 마신 이후에도 도전을 거듭하고 있어 게이머들의 응원 속에 재조명되는 분위기입니다.
크래프톤의 콘솔 게임은 '배틀 그라운드'와 '테라'가 유명한데요. 뼈아픈 실패이자 자양분이 된 작품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은 크래프톤 산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달이었습니다. 콘솔·PC 액션 RPG '칼리스토 프로토콜' 출시가 예정됐었기 때문인데요. 이 게임은 혁신적인 공포 게임으로 불리는 TPS(3인칭 액션 슈팅 게임) '데드스페이스'의 아버지 글렌 스코필드가 개발을 이끌었다는 사실만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단조로운 전투 방식과 돌려막기식 중간 보스 등 성의 없는 게임성, 패키지 게임의 뿌리인 서사의 결함, PC판 최적화 문제 등이 겹치며 빠르게 잊혀졌습니다. 올 여름 결말이 포함된 DLC(추가로 내려받는 콘텐츠) '마지막 전송'은 국내외 유튜브 공략·실황 영상이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아픈 기억도 크래프톤의 콘솔 도전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크래프톤은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원작으로 둔 3인칭 액션 RPG 게임을 개발중입니다. 플랫폼은 콘솔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진행중인 프로젝트 '블랙 버짓'도 콘솔·PC·모바일 출시를 검토중입니다. 장르는 미정입니다. 이들 작품의 제작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는데요. 블랙버짓은 2024년 4분기, 눈물을 마시는 새 기반 게임은 2025년 이후 출시 예정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크래프톤이 준비하는 차기작은 20개가 넘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이 콘솔 플랫폼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당장은 콘솔이 매출에 절대적인 플랫폼은 아닙니다. 올해 2분기 크래프톤 매출 3871억원 가운데 모바일 매출이 2449억원이 절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 뒤를 PC(1170억원)과 콘솔(190억원), 기타(61억원)이 이었습니다.
국내 콘솔 시장은 좁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규모가 큽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557억5300만 달러(약 70조6300억원)가 될 전망입니다. 갈수록 좁아지는 국내 온라인 시장을 벗어나 콘솔 시장 입지를 다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게이머들은 해외 회사들도 실패를 거듭하다 사랑 받는 걸작을 만들어낸 만큼, 국내 업체들도 멀리 내다본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너무 AAA 게임으로 접근하려는 욕심만 안 냈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MMORPG와 모바일에 치우쳐 개발 서비스하던 국내 게임사가 콘솔이라는 영역에 다시 도전하는 만큼, 다양한 장르와 게임 개발을 시도하고 뾰족하게 깎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손 놓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즘 잘 나가는 게임 '스파이더맨'을 만든 인섬니악,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만든 서커펀치의 전작들도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 노하우로 계속 발전해서 지금의 명작들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네오위즈 P의 거짓 이후 게이머 반응이 안 좋은 콘솔 게임들이 나올 수 있지만, 단기 이익에 너무 흔들리지 않고 계속 콘솔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크래프톤은 "플랫폼과 장르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개발사로서의 도전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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