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도 버텼는데…"금리·물가 잡히긴 하나요"
지난 한해 일반음식점 생산자물가 '132.37'
2019년(111.35) 대비 18.8% 급증
1월 일반음식점 폐업 비율 '56.6%'
"상반기까지 고금리 유지 전망"
2024-02-04 11:00:00 2024-02-05 11:13:07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A씨(47)는 요즘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보다 매출은 줄고 원재료값 등도 올라 영업을 지속할 수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홀 손님 없던 코로나 때는 배달·포장 손님이 늘어 견딜 수 있었지만 요즘 손님도 없고 배달 건수도 예전 같지 않은데다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하소연합니다. A씨는 "물가가 많이 오른 탓인지 외식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홀 손님뿐만 아니라 배달도 계속 줄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식재료 등 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 막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 카드값 명세서를 받은 B씨(31)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전월보다 20~30만원 많은 비용이 청구됐는데 대부분 식비 지출이 컸습니다. 1인 가구인 B씨는 바쁜 업무 탓에 식사를 배달로 해결하거나 밖에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장바구니를 비롯해 식비 감당이 버거워 허리띠를 졸라 메야하는 상황입니다. B씨는 "오히려 사 먹는 게 비용적으로 더 나을 때가 있었는데, 요새 물가를 보면 외식은 사치"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8% 오르는데 그쳤다지만 고물가·고금리 후폭풍에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 모두가 한숨만 내쉬고 있습니다. 
 
특히 새해 들어 금리와 물가 인하를 바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체감하기 어렵고 금리 인하 시점도 상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4일 통계청의 생산자물가지수(2015=100)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일반음식점 물가지수(132.37)는 코로나19 첫 발발 시점인 2019년(111.35)보다 18.8%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4일 통계청 생산자물가지수(2015=100)를 보면, 2023년(132.37) 일반음식점 물가지수는 코로나19 첫 발발 시점인 2019년(111.35) 대비 18.8% 올랐다. 그래픽은 최근 5년간 생산자물가지수(일반음식점) 및 소비자물가지수(외식)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외식물가 오르고 폐업 속출
 
111.35로 집계된 2019년 일반음식점 물가지수는 2020년 112.98, 2021년 116.17, 2022년 124.82, 2023년 132.37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4년여만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20% 가까이 급등한 셈입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물가 오름세가 소폭이었지만 2022년부터 급격한 상승선을 기록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의 비용 증가, 즉 생산원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한 지수입니다.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소비자물가지수(2020=100)도 덩달아 상승합니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 중 외식물가는 2019년 99.223을 보이다 2020년 100, 2021년 102.81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2022년에는 110.71로 급증했고 지난해 117.38을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중 외식물가지수도 4년 사이 18.2% 증가한 셈입니다. 
 
새해 첫 외식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외식물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4.4%)보다 상승 폭이 소폭 줄었으나 4.3%로 높은 수준입니다.
 
또 지난달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7%, 전월보다 3.1% 올랐습니다. 설을 앞두고 과일·채소의 가격이 여전히 높아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여전합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 명절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로 10대 성수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할인지원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하는 등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욱이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에 소비가 줄면서 자영업자 폐업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서 확인한 올해 1월 일반음식점 폐업 건수는 9만5862건(총 16만9333개)입니다. 영업 중인 일반음식점은 7만3471개입니다. 전체 일반음식점 중 폐업 음식점 비율만 56.6%에 달합니다. 
 
4일 통계청 생산자물가지수(2015=100)를 보면, 2023년(132.37) 일반음식점 물가지수는 코로나19 첫 발발 시점인 2019년(111.35) 대비 18.8% 올랐다. 사진은 폐업을 앞둔 한 가게 모습. (사진=뉴시스)
 
금리도 당분간 '고금리'
 
물가 뿐만 아니라 고금리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은 최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두고 봐야겠지만 FOMC가 3월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할 만큼)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일 열린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유럽 등 국가가 빨리 금리를 내린다고 해 한은이 빨리 내릴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12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2.8%까지 내려왔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3%대인데다, 생활물가가 높아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그는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 인플레이션이 올라가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소비자들의 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3%입니다. 이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나 소폭에 불과합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3월까지는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내비쳤으니 우리나라도 3~4월까지는 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또 미국이 금리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바로 금리를 인하할 순 없다. 상반기까지는 금리가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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