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의 공백 상태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새 처장 후보 두 명이 추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주 가까이 지명을 미루고 있습니다.
법조계 등에서는 공수처장 선임이 4·10 총선 이후에나 진도가 나갈 것으로는 관측하고 있습니다. 해병대 채상병 수사 무마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호주 대사(전 국방부장관)의 법무부 출국금지 해제에도 넋놓고 있던 공수처의 다른 주요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기준으로 2주 넘게 공수처장 최종 후보 1명을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로 의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두 후보자 중 한 명을 지명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윤 대통령에게 제출한 뒤 임명하게 됩니다.
애초 후보자 지명부터 최종 임명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이르면 총선 전에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12월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가 추천된 지 이틀 만에 김진욱 전 공수처장을 지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은 후보 지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인사검증 절차에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종섭 호주대사(전 국방부장관) 도피 논란까지 겹치면서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같은 주요 사건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수사4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모 상병 사건 책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대사 등이 경찰에 이첩된 자료를 회수하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대사의 출국금지 해제 논란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윤 대통령을 고발한 사건도 같은 수사팀에 배당된 상태입니다.
총선 영향 최소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
법조계에선 후임 처장 임명은 한 달 넘게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당장 지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은 현시점 국회가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후보 지명을 최대한 미뤄 현 정부 사건 관련 공수처 수사가 총선에 줄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옵니다.
채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가 호주 대사로 출국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 대통령실의 '피의자 빼돌리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전까지 공수처장 공백 상태를 이어가며 현 정부에 불리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없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취집니다.
수사를 지휘할 처장이 없는 직무대행 체제에서 구속영장 청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을 기관장 없이 내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사진=공수처 제공)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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