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기자 오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군 정보사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예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이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에 대한 의견을 말하다 갑자기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황 수석은 "MBC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밝혔습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8월6일 중앙일보 자매지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던 오홍근 기자에게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대검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사건입니다. 경찰 수사 결과 정보사 예하부대 현역군인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였습니다. 이들은 오 기자가 월간중앙에 쓴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칼럼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테러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황 수석은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정부 비판적 논조로 기사를 썼던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기자가 "'왜 MBC에게 잘 들으라고 했냐'는 질문하자 황 수석은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했고, '정보보고하지 말라'는 당부를 덧붙였다고 MBC는 전했습니다.
KBS 기자 출신인 황 수석은 지난해 11월 강승규 전 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됐습니다. 1991년 KBS에 입사해 사회부와 통일부·정치부와 뉴욕 특파원, 사회부장 등을 거쳤습니다.
야권은 황 수석의 발언에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내며 그의 해임을 촉구했습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장인 고민정 의원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수석이 뒤늦게 농담이라고 둘러댔지만, 농담으로라도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망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황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기자들에게 '기자들이 회칼로 찔리는 일이 있었다'고 하면 누가 장난으로 치부하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회칼로 찌르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언론관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황 수석의 망언은 민주주의와 언론 환경이 군사독재 시절로 후퇴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황 수석 논란에 대한 질문에 "발언의 맥락이나 경위를 모르겠다"면서도 "내용으로 보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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