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쪽방'이란 말 그대로 일정한 공간을 가벽 등으로 쪼개서 작은 크기로 만들어 놓은 방입니다. 방의 면적은 1평 남짓으로 매우 좁습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수준입니다. 화장실과 샤워실 등은 모두 공용으로 사용합니다. 시설이 매우 열악한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쪽방촌, '빈곤 비즈니스'의 사슬
쪽방은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으로 월세가 25만원 정도입니다. 같은 기간 기초생활생계급여는 62만3368원입니다. 쪽방 월세는 이곳을 주로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부담하기에는 큰 액수입니다.
그럼에도 쪽방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시설 수리를 요구할 엄두도 못 냅니다. 쪽방의 특이한 운영 방식 탓인데요. 실제 쪽방이 들어선 곳의 건물주는 뒤에 숨어 연락도 닿지 않고 소위 '관리자'를 두는 형태가 많습니다. 관리자는 건물주의 지시에 따라 쪽방을 운영하면서 계약도 맺고 임차인을 내쫓기도 하는 등 일선에서 운영을 담당합니다. 이 대가로 쪽방 월세를 면제받는 등의 혜택을 누리거나 금전적인 대가를 받는 것이지요.
6월12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의 한 골목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관리자는 건물주의 탈세를 돕는 역할도 합니다. 쪽방까지 온 사람들은 보통 금융계좌를 통한 거래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차인들은 현금을 주로 쓰는데, 관리자는 월세를 현금으로 받아 건물주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국세청은 건물주의 정확한 임대소득을 알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건물주와 관리자는 노숙 외엔 갈 곳이 없는 임차인의 상황을 빌미로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비정상적 이득을 챙기는 겁니다. 쪽방촌에선 주인 > 관리자 > 임차인의 순서로 계급이 생기게 됩니다.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라는 사슬입니다.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쪽방
쪽방의 임대차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일단 쪽방이라는 구조 자체는 주거용 건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쪽방도 민법상 임대차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는 있겠지만, 노숙을 면할 최후의 수단으로 쪽방을 택한 사람이 임대차계약상 권리까지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쪽방촌에서는 임차인이 법적 권리를 주장하거나 거주 환경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할 경우 임대인에게 곧바로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공권력의 개입도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문제의 근원은 쪽방을 정의하고 관리하는 법과 주체가 제대로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취약계층이 사회적으로 방치된 결과입니다. 쪽방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쪽방에서 맺어지는 임대차계약의 특성을 고려한 법 제정이 우선 필요합니다. 법을 만들어 주무 부처가 지정된다면 쪽방 시설과 소유자, 거주자 등에 대한 현상파악과 관리대책 마련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각종 질병으로 고독사하는 쪽방 거주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헌법상 주거권을 보장하는 기초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폭력·범죄 노출…안전망도 필요
쪽방촌 생활이 더 힘든 이유는 일상화된 범죄에 수시로 노출되는 영향이 큽니다. 여러 방송사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보면, 주민들은 '쪽방촌에선 절도가 너무 당연시된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방송에선 쪽방촌 곳곳에서 모욕죄나 폭행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등장했습니다.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이 등장할 때만 잠잠해질 뿐입니다. 노인이나 여성들은 최대한 외출을 자제할 정도였습니다. 형벌의 위하력이 발휘되지 못한 탓에 주민 대다수가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거주 환경의 변화를 위한 근본적 해결이 필요합니다.
6월12일 서울 돈의동 쪽방촌의 한 골목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쪽방은 노숙을 막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놓은 사이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하는 거주자가 양산됐고, 그들끼리의 갈등과 폭력, 불법행위가 판을 치게 됐습니다. 더구나 거주자들을 착취해 폭리를 취하는 일부 건물주와 관리자들까지 득세하는 실정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쪽방촌을 관리할 법안을 마련하고 부당하게 얻는 이득에 대해선 과세한 뒤 쪽방촌 개선 사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쪽방 건물주와 관리자에겐 시설을 개선토록 하는 의무를 지게 하고, 정부가 시설 개선에 들어가는 비용을 일부 보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게 급선무인 겁니다. 거주자들이 쪽방에서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게 아니라 돈을 모아 쪽방에서 벗어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기를 돕는 근로까지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쪽방촌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막는 쪽방촌 공동체를 형성할 입법도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면 최소한의 제도적 보완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이용해 비정상적 이득을 누리는 행위도 용납해선 안 됩니다. 누구든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기에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문제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하고 대처를 강구해야 합니다. 쪽방이라는 거주 형태와 그곳에 사는 취약계층을 사회에 편입시킬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행동들이 필요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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