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포럼 2024)“사적연금 대대적 개혁 필요” 한목소리
겉으론 가파른 성장, 내용은 방치…디폴트옵션 도입했더니 또 예금
‘준공적연금’ 재분류해야…복잡한 제도 손볼 필요
“국민연금 불신이 사적연금 키웠단 말 아파”…의원들도 개혁 필요성 공감
2024-09-25 15:28:29 2024-09-25 17:15:27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지만 사적연금 또한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개최한 ‘2024 연금포럼’에서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제도와 운용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제도를 정비해 운용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포럼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국민연금 개혁에 눈이 팔려 사적연금 문제에 소홀했다며 이날 논의된 내용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5일 <뉴스토마토>는 서울시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2024 연금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연금포럼엔 금융투자업계와 학계의 연금 전문가, 국회의원, 일반 시민들이 참석해 ‘중구난방 사적연금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사적연금 관련 제도와 규정, 연금자산 운용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광섭 뉴스토마토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에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라며 “시장은 팽창하는데 제도와 운용에선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대대적인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모쪼록 이번 포럼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정광섭 뉴스토마토 대표이사가 '2024 연금포럼'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수익률 제고가 만병통치약
 
본격적인 주제 발표 시간에는 세 명의 연금 전문가가 나서 각각 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과 자산 배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운용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첫 번째 시간엔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연금 운용 효율화를 위한 제도·규제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형 IRP는 준공적연금 성격이고 적립형 IRP는 개인연금과 유사하다”면서 “DB형, DC형 퇴직연금은 공적연금으로, 적립형 IRP와 ISA는 개인 재산 형성용으로 다시 분류해 그에 맞는 규제와 세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 연구위원은 사적연금 제도 활성화의 근본은 ‘수익률 제고’라고 못박고 “퇴직연금에서 제기되는 여러 제도 개편 방안들은 모두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렬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디폴트옵션도 다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디폴트옵션 운용자금 30조원 중 94%가 다름없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입니다. 
 
‘풍족한 노후를 위한 연금자산 황금배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 소장은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세제혜택 ‘3대장’을 적극 활용해 연금 자산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소장은 “매달 30만원씩 저축해서 국민연금을 포함해 월 500만원씩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며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연금계좌로 연평균 8%대, 세액공제 감안 시 두 자릿수의 장기수익률을 기록 중임을 밝혔습니다. 
 
양은석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로보운용팀 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RA)를 활용해 연금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팀장은 미래에셋증권이 2002년 9월에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해 2년이 경과했으며 방치된 (무관여)계좌 22만개의 10% 정도인 2만2776개 계좌, 1조6000억원 규모 자금을 운용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글로벌 투자가 필수인 저성장 환경에서 합리적 비용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수단이 AI를 활용한 맞춤형 알고리즘이라며 AI PB가 역할을 하는 미래를 그렸습니다.
 
주제 발표 후엔 이경희 한국연금학회 회장의 진행으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엔 김규동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 연구위원과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가 로보어드바이저의 연금 운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김규동 연구위원은 사적연금의 문제는 결국 수익률인데 실적배당형으로 쉽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입자 모두가 평균 수익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손실을 보는 가입자도 있어 실적배당형에 맡기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영 이사는 자산 배분과 전략엔 가입자의 투자성향과 삶의 태도, 인생철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수익률만 내세우는 식의 RA 서비스는 마케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포럼이 끝난 뒤 김 소장은 “연금저축과 IRP, ISA 등에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의 종류를 굳이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각 상품을 관리하는 부처가 달라서 그런 것 같은데 레버리지 같은 공격적 상품은 제외하더라도 계좌끼리는 일관되게 통일하고 각종 금융상품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 연구위원은 “사전지정운영제도는 그대로 두더라도 디폴트옵션은 제대로 만들어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또한 “연금계좌의 공제혜택도 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할 게 아니라 계좌로 환류해 실질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것도 디폴트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국감에서도 다뤄보겠다” 의원들 큰 관심
 
한편 이날 포럼은 국회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보건복지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의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사적연금 제도 개선에 대해 공감과 지지를 나타냈습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사적연금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라며 “국회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고,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제도도 이번 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국회에서 들여다보고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을 이뤄냈는데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수익률 제고가 크지 않다고 한다”며 문제의식에 공감했습니다. 유 의원은 “금융감독원 시행령, 규정에 문제 많은 것 같아 국정감사에서도 다뤄보려고 한다”면서 “뉴스토마토의 포럼 주제가 시의적절하고, 계속 팔로우하면서 오늘 함께 자리한 의원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연금 전문가로 통하는 안상훈 의원(국민의힘)은 “노후소득 보장.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노인빈곤율 등 여러 문제를 동시에 풀려면 국민연금 개혁만으론 안 된다”며 “사적연금과 유기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복지위, 정무위, 환노위, 기재위 어느 한 군데 잘라서 할 게 아니고 국회에 연금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무위 간사인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현승 의원(국민의힘),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을 논의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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