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탄핵' 요구…요건은 무엇?
2024-12-02 15:11:54 2024-12-02 15:12:25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우리 사회에서 고위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낯설지 않습니다. 2004년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가 있었습니다. 헌법에 따라 노 대통령은 같은 날부터 권한 행사가 정지됐고, 고건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했습니다. 2016년 12월9일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이듬해 박 대통령 3월10일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기자실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 관련 긴급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당은 2일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반년 간 11건의 탄핵소추안이 발의한 겁니다. 점점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선 입맛에 맞지 않는 고위공무원을 정치적으로 보복하는 탄핵 추진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반면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고,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라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탄핵 대상자들의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겁니다.
 
같은날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최 사무총장은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이 부당하다고 했습니다. 헌법상 독립기구의 수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도 당장 멈춰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검찰도 탄핵 대상으로 거론된 검사들의 직무가 일괄 정지되면 발생할 업무 공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일부 검사들은 검찰 내부망에 입장문을 올리고, 탄핵소추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검찰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고려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합니다. 
 
지난 1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상 권한과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검찰과 감사원이 탄핵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건 공무원은 중립 의무를 어기고 집단행동으로 국회를 겁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장의 위법한 감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제외한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탄핵소추가 발의되면 의장은 발의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하거나 회부하지 않으면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합니다(국회법 제130조).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되고 의장은 소추의결서를 지체 없이 소추위원, 헌재, 소추된 사람과 그 소속 기관장에게 송달하게 됩니다. 이후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개시하게 됩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헌재는 사법기관으로서 탄핵소추 기관인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 사유에 의해 구속받는다고 봤습니다. 다만 청구인이 주장한 법규정 외에 다른 법규정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은 가능하고 소추사유를 법적으로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헌재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관해서는 헌법 제65조가 행정부·사법부 고위공직자의 헌법위반이나 법률 위반에 대해 탄핵소추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에 의해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고 봤습니다.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 헌법 등을 위반하면 법적 책임을 추궁해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려는 것이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이라는 겁니다.
 
헌법 제65조의 ‘직무’란, 법제상 소관 직무에 속하는 고유 업무 및 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말한다고 설시했는데요. 따라서 직무상의 행위란, 법령·조례 또는 행정관행·관례에 의하여 그 지위의 성질상 필요로 하거나 수반되는 모든 행위나 활동을 의미한다고 봤습니다. ‘헌법’에는 명문의 헌법 규정뿐만 아니라 헌재의 결정으로 형성되고 확립된 불문헌법도 포함되고, ‘법률’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 및 그와 등등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조약,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등을 의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탄핵 사유가 되는 위반의 정도에 관해 헌재는,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고 봤습니다. 즉, 헌재법 제53조 제1항이 규정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란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를 말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탄핵소추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고유한 권한인 만큼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탄핵으로만 파면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분을 보장한 취지를 고려해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이 있는지 꼼꼼히 검토하고 탄핵 이외의 절차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만 탄핵소추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겁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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