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부의 주요 정책 추진이 모두 '올스톱' 됐습니다. 행정부 기능이 마비돼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하면서 주요 국정 과제였던 4대 개혁은 물론, 각종 경제 정책이 동력을 잃고 표류하게 됐는데요.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는 각종 회의와 정책 발표를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리더십 공백에 사실상 모든 정책 추진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석열 탄핵에…역동경제 로드맵 '좌초'
15일 정부에 따르면 우선 윤석열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연금·노동·교육·의료개혁 등 4대 개혁의 좌초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연금개혁의 경우 탄핵 정국에 국회 논의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재 수준인 42%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야는 가까스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시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논의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출범 초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동개혁도 좌초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초 정부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개편 문제와 정년 연장,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 현안에 대한 개혁 밑작업을 그리고 있었는데요. 개혁 작업의 첫발조차 떼지 않은 만큼, 좌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입니다.
교육개혁 역시 추진 동력이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인공지능(AI) 교과서에 빨간불이 켜졌으며, 유보 통합도 탄핵 정국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의료개혁도 의대 증원 확대 등 의료 개혁안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큽니다. 관가 안팎에선 의대 증원과 관련해 2026학년부터는 증원 규모가 크게 줄거나 원상 복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의료개혁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윤석열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역동경제 로드맵도 힘을 잃게 됐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역동경제 로드맵을 마련해 3대 분야 10대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요. 로드맵에는 '사회이동성 개선 방안',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3차 투자 활성화 대책', 고령자의 계속고용 관련 대책이 담긴 '계속고용 로드맵' 등이 담겼으나, 제동이 걸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갈 길 잃은 경제정책…반도체·에너지·밸류업 등 위기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경제정책도 동력을 잃고 표류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장 이달 중하순에 발표 예정이었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내년 1월로 미뤄진 가운데, 이마저도 리스크 대응에 급급한 반쪽짜리 대책 발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옵니다.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 계획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적용) 수립도 의무절차인 국회 보고 문턱을 못 넘고 있습니다. 연내 처리가 목표였지만,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인데요. 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증설을 담고 있는 윤석열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입니다. 정부는 2년 주기로 향후 15년간 적용할 전기본을 수립해 전력수급 전망을 토대로 발전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주주환원 증가액 법인세의 5% 세액공제, 배당 증가액의 저율 분리과세, 상속세 관련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자산시장 '밸류업'을 위한 정책들도 좌초될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년 3월 본계약을 앞둔 체코 신규 원전건설 수주 건, 동해 심해 가스전 자원개발탐사 프로젝트(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주요 산업정책도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자칫 체코 원전 수주 건은 본계약이 불발될 경우 가까스로 복원된 원전 생태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주택공급 확대정책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됩니다.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재정안 등 주요 법안 역시 국회 통과를 기약할 수 없게 됐는데요. 핵심 주택공급 전략인 '3기 신도시'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밖에 산업계에서 예의주시했던 반도체 산업지원 정책과 관련법 처리는 기약이 없어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반도체 기업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를 예외로 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 관련 여야 간 합의 처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또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세액 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상향하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연구·개발(R&D) 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정부 지원책도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외투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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