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일단락…'연말특수' 다시 노린다
백화점,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몰두'
'설 선물' 사전예약 돌입한 마트
불확실성 해소…소비 불씨 살아날까 '촉각'
2024-12-15 11:37:22 2024-12-15 15:57:58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유통업계가 막판 '연말 효과' 불씨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통가 최대 대목인 12월, 시작부터 터진 비상계엄 사태는 소비 침체에 시름하던 업계를 더욱 한숨짓게 했는데요. 사람들이 모임을 가지고 쇼핑을 하며 연말을 즐기기보다 정치권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짙어진 까닭입니다. 지난 14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혼란했던 탄핵 정국이 일단락됨에 따라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났다는 평가입니다.
 
15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홈페이지의 첫 화면은 크리스마스 이미지로 꾸며져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 백화점 SNS 공식 계정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케팅이 한창입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5일까지 최대 10% 사은 혜택과 1만원 기프트 쿠폰을 제공하는 '원더풀 홀리데이' 행사를 진행하며, 신세계백화점은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산타클로스로 변신한 '크리스마스 캠페인'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크리스마스 테마 마을 'H빌리지'를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앞서 백화점들은 한 해 동안 준비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지난달 공개하기도 했죠. 백화점을 명소화하고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으로 고객 발길을 끌며 연말 집객에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에 돌입하면서 명절 수요 선점에 나섰습니다. 이마트는 정해진 기간 행사카드로 선물세트를 구매하면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최대 120만원의 신세계상품권을 증정합니다. 800여개 품목의 선물세트를 선보인 롯데마트 또한 할인과 상품권 증정 행사를 진행합니다.
 
이커머스사도 각종 할인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쿠팡은 크리스마스에 맞춰 장난감, 실내 장식 소품 등을 특가에 내놨고, SSG닷컴은 올해 인기를 끌었거나 새로 떠오른 화장품을 한데 모은 '뷰티 쓱세일'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G마켓은 파트너 브랜드와 함께하는 '메가브랜드위크'를 진행 중입니다.
 
유통업계는 지속돼 온 소비 위축에 따른 어려움을 만회하기 위해 연말 특수에 더욱 정성을 쏟았는데요. 급부상한 정치권 문제로 예년 같지 않은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됨에 따라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이커머스사 관계자는 "연말은 선물 구매도 많고 소비가 올라가는 시기인 만큼 기업들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시기"라며 "탄핵 정국에 국민적 관심이 정치에 쏠려 있다 보니 판촉 효과가 줄어든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 리스크가 어느 정도 풀렸고, 크리스마스까지 시일이 남아 있어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주류 매대. (사진=뉴시스)
 
탄핵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또 다른 곳은 주류업계입니다. 연말 최대 대목을 앞두고 때아닌 비상계엄 사태로 근심이 컸던 주류업계 또한 탄핵 가결과 함께 한숨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통상적으로 연말은 대규모 회식, 행사 등이 집중돼 있어 주류 기업들 입장에서는 대목으로 손꼽히는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단가가 높은 유흥 시장 주류 판매가 예년 연말만큼 이뤄지지 못하면서 타격을 받았는데, 이번 탄핵 가결로 최소한 이 같은 분위기의 반전 계기는 마련됐다는 분석입니다.
 
일단 업계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프로모션 강화를 통해 떨어진 주류 업황의 이미지를 환기하고 소비층을 다시금 끌어모은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는 '테라·진로·일품진로 크리스마스 에디션', '참이슬 오징어게임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아울러 오비맥주 스텔라 아르투아 브랜드는 오는 20일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를 열고 '한맥 홀리데이 스페셜 패키지'를 공개합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탄핵 이슈가 장기화할수록 주류 판매의 급감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시장 예상보다 이 문제가 빨리 해소돼 어느 정도 안도하고 있다"며 "물론 예년만큼의 연말 특수를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12월 중순인 점을 감안하면, 조금씩 소비자들의 외부 활동도 증가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동안 정치 리스크 지속"
 
전문가들은 탄핵 국면이 해소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만 탄핵 관련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차기 대통령 선출까지 정치 리스크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탄핵 가결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유통업계에 있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중단된다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다"며 "탄핵 리스크에 따른 부정적 파장이 더 이상 번질 우려는 확실히 낮아졌다. 업계 입장에서는 피해가 나름 최소화되는 시나리오가 펼쳐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 교수는 "내수 침체부터 고환율 문제까지 현재 유통 업체들이 극복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금부터 바닥을 다지고 업계가 반등할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마련됐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람들 관심이 정치에 쏠리다 보니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향도 정치에 집중돼 있다. 상대적으로 소비에 대한 자극은 약해져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시국 변화에 따라 서울 주요 지역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회가 계속되면 상가나 쇼핑몰을 방문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백화점 외관을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꾸몄다. (사진=김성은 기자)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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