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탄핵' 범국민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이 이겼다!", "민주주의의 승리다!"
내란죄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 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오후 5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시민들이 집결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탄핵안 표결 결과는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 국민의힘은 '탄핵 부결' 당론으로 맞섰지만 표결에 참여한 의원들의 찬성표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로써 윤 씨의 직무집행은 대통령 취임 949일 만에 정지됐습니다. 지난 3일 밤 10시28분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온 국민을 경악과 공포로 몰아넣은 지 11일 만입니다.
취임 949일 만에 '윤 직무정지'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로 윤 씨의 탄핵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를 넘어섰습니다. 탄핵 가결까지 4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넘겼습니다. 일주일 전 1차 표결 때 105명이 불참했던 국민의힘은 이번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12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야당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외쳤지만 성난 민심의 압박을 떨쳐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자 야당 의석 쪽에선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국회 앞 등 전국의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도 벼락같은 환호와 함께 서로를 부둥켜안았습니다. 광장에선 윤석열 탄핵 집회의 상징과도 같았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이 울려 퍼졌습니다. 우 의장은 가결을 선포한 직후 "국민 여러분께서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 용기와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다"며 "국회와 국회의장은 이 사실을 깊이 새기겠다"고 국민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대표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집회 현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이 대표는 범국민촛불대행진 무대에 올라 "우리가 오늘 잠시 이렇게 우리의 승리를 자축하지만 그들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자신들이 지배하고자 하는 나라로 되돌아가고자 획책할 것"이라며 "우리가 힘을 합쳐 그들의 반격을 막아내고 궁극적 승리를 향해 서로 손잡고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습니다.
윤 "포기 않겠다"…헌재서 법적다툼 예고
본회의 직후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됐고, 의결서 접수와 동시에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개시됐습니다. 또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는 탄핵 의결서 사본이 전달됐고, 오후 7시24분 윤 씨의 대통령 직무집행 권한은 정지됐습니다. 취임 후 949일(2년7개월여) 만입니다. 윤 씨는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끝날 때까지 직위와 예우만 유지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았습니다.
윤 씨는 자신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 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탄핵을 불러온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도, 반성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겠다"며 향후 헌재와의 법적 다툼에 총력을 다 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제 윤 씨의 운명은 헌재에 달렸습니다. 헌재는 최장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탄핵이 인용되면 윤 씨는 2016년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 탄핵 대통령으로 기록됩니다. 이어 윤 씨가 파면되면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집니다. 반대로 기각되면 윤 씨는 바로 대통령 직무에 복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대통령 관저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탄핵 시 '조기 대선'…국힘 '가시밭길'
헌재의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 시나리오가 본격 가동되면서 대권 잠룡들의 발걸음도 바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헌재에서 1~2달 안에 신속히 탄핵심판이 내려지면 벚꽃이 피는 3월 말~4월 중순에는 대선이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야권에선 이재명 대표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힙니다. 이 대표는 15일에도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 안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안정감 있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습니다. 다만 변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입니다. 이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도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여권은 가시밭길이 예상됩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유력 대권주자로 언급되지만, '탄핵 책임론'이란 부담을 안고 뛰어야 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여전히 유력한 후보입니다. 다만 탄핵안 통과 이후 5명의 최고위원이 사퇴하며 한 대표 체제는 붕괴됐고, 당 내부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특히 한 대표 자신이 탄핵 찬성 입장을 표했음에도 국민의힘의 찬성표가 사실상 12표에 그쳐, 다수의 친한계 인사들마저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향후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 축소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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