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주택시장, 탄핵 가결 ‘훈풍’ 기대
주택 거래량·매매가 모두 우하향…신속한 수습 관건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 헌재 재판 시점부터 시장 회복
2024-12-15 12:27:53 2024-12-15 15:54:17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다소나마 해소되면서 꽁꽁 얼어붙은 주택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지 주목됩니다. 최근 주택시장은 강력한 대출규제와 가격 상승 피로감에 비상 계엄령 사태로 촉발된 정국 불안까지 겹치며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였는데요. 일단 탄핵 가결로 최대의 정국 불안 요소를 지운만큼 위축된 거래 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 위축은 대출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탄핵안 가결에 따른 당장의 시장 회복 기대는 어렵다고 전망합니다. 다만 8년 전 탄핵 정국 때도 반짝 하락세를 기록한 후 헌재의 탄핵 심판 시점부터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전례가 있는 만큼, 신속한 정국 수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 거래량과 매매가 등 주택 시장 관련 지표들이 지속 하향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아파트 거래량 지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연초 2600여건에서 출발해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7월 7828건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다만 대출규제가 본격화한 9월 3100여건까지 급락한 후 이 달에는 15일 기준 269건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17건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12월 2주차 전국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03% 전주 대비 하락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여전히 오르고는 있지만 상승폭이 줄면서 보합세에 근접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이번 주 0.02% 올랐는데요. 전주 상승폭이 0.04%였던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다음 주에는 보합세 내지는 하락 전환까지 전망됩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전세가격 역시 매매가와 비슷하게 상승폭을 줄여가는(0.02%→0.01%) 모습입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는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금융권 대출 규제, 높아진 주택 가격에 대한 피로감이 길어지는데다 지난 3일 비상 계엄령 사태로 인한 정국불안까지 겹친 탓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한 정국 불안정성이 부동산시장 매수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며 "주택시장이 길게는 향후 6개월 가량 하향기조를 유지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최근 부동산 시장은 하락 흐름으로 가고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강하다보니 급매물이 나오거나 하는 추세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촉발된 정국 불안이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를 확정시킨 요소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탄핵안 가결, 정치적 불안정성 제거…거래심리 회복 기대
 
향후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이 대체로 밝지 않지만, 탄핵안 가결에 따른 불안 요소가 사라지고 신속한 정국 수습이 이뤄지면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실제 8년 전 박근혜 탄핵 당시 부동산 시장 추이를 살펴보면,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16년 12월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33% 하락했습니다. 서울의 하락폭은 0.6%로 더 컸습니다. 거래량도 탄핵 정국이 지속되는 3달 사이 3분의 1 가량이 줄었는데요. 다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파면 결정이 난 3월 6800여건으로 전달 대비 3000여건이 증가한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5월에는 1만건대를 회복했습니다. 
 
매매가 역시 장기적으로는 탄핵 확정 이후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38% 올랐는데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후 12월까지 1년 간 누적 상승률이 5.28%에 달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서진형 교수는 "매수심리 위축은 어느 정도 정국이 안정되면 풀릴 수 있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시장 지표가 우상향을 기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8년 전 사례를 보면 헌재의 탄핵 심판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등 전반적인 경기 지표가 상승했었다"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탄핵 가결안이 통과된 만큼 신속한 절차를 통해 정국을 수습하고 효과적으로 탄핵 이후를 대비한다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선 부동산 현장에서도 탄핵안 가결에 따른 정국 안정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재건축 시장에는 호재가 아니다보니 걱정이 많았다"며 "최근 선도지구 통과 단지의 경우 탄핵 가결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된 법안이기에 원점 재검토같은 최악의 상황은 없을 거라 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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