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단기차익 올리기에 치우친 기업공개(IPO) 시장을 중장기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습니다. 증권업계는 개선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돼 선의의 기업이 피해를 보거나, 의무보유확약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과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공동 주최하고,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발제 후 이어진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는 관련 업계와 학계, 유관기관 대표로 참석한 전문가들이 개선방안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의무보유 확약에 대한 우려가 커 보였습니다. 유승창 KB증권 ECM 본부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펀더멘탈과 관계 없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주관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유 본부장은 "이 경우 주관사는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주관사 수익성을 배려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은 "IPO에서 적정 공모가보다 분위기에 따라 흥행이 결정되는 측면이 있어 가격 왜곡이 일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중소형 자산운용사나 새롭게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는 어느 정도 위축될 수 있는 환경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상장폐지 기준이 지나치게 강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상무는 상장 유지 시총 기준을 300억원으로 높인 데 대해 "코스닥 상장폐지 시총 기준이 발표되면 시총 300억원 대 기업들이 퇴출 리스크로 주가하락이 예상돼 선의의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코스닥 시장의 경우 실제 기업가치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기준에 따르면 정상적이고 잠재력 있는 기업도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시총 기준을 낮추거나 상장폐지 시 이의 신청 기회를 부여하는 등 우량기업과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개선방안에 대한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송창준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퇴출 제도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투자자와 거래소, 감독기관의 정보 비대칭성이 가장 심하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개선사항에 대한 것인데, 이를 공시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송 교수는 투자자를 위해 K-OTC를 통한 거래 재개 시점에 대해 시장참여자들이 자신의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도 같이 검토해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이날 패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노력하는 프로그램이라면, IPO와 상장폐지는 시작과 끝이라는 시장의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오늘 나왔던 여러가지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 제도를 계속 모니터링해서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2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서 정부,유관기관,학계,금융업계 관계자들이 패널토론을 하고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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