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벤처기업협회는 제12대 회장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회장 후보 등록 공고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인데요. 벤기협은 재공고를 내고 후보 신청을 받고 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21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협회가 오는 31일까지 제12대 회장 후보 신청을 다시 받습니다. 지난달 한차례 선출에 돌입했지만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어 재공고를 진행했습니다.
재공고를 통해 회장 후보가 등록되면 회장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 검증에 나섭니다. 이후 이사회 추천을 거쳐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됩니다. 재공고에도 후보자가 등록되지 않을 경우, 후보추천위원회가 적임자로 판단되는 인사들과 접촉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성상엽 11대 벤기협 회장 취임 당시에도 비슷한 과정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상엽 벤기협 회장 임기는 올해 2월까지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성 회장은 연임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무보수 명예직임에도 벤처캐피탈협회장 선거에 4명의 후보가 출마한 것과 다른 양상입니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협회 업무와 자사 경영활동을 병행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 벤기협 회장 선거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벤처기업협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벤처기업 경기실사지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조사 기간에 벤처기업의 업종별 경기실적지수(BSI)는 모두 기준치(100)보다 낮았습니다. BSI는 벤처업계의 경기에 대한 실적과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100을 기준으로 초과면 전 분기 대비 경기 호조를, 미만이면 경기 부진을 의미합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4분기 BSI는 83.5로 전 분기 89.3 대비 5.8p(포인트) 줄었습니다. 일반 제조업은 80.0으로 직전 분기 대비 10.9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불안정한 국내 정치와 경제 상황이 투자를 받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면서 "자금 조달 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벤기협 회원사는 약 1만5000곳에 달합니다. 이중 벤기협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곳만 꾸려도 대략 3000곳이 넘습니다. 협회장으로서 이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거나 정부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벤기협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데요. 성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글로벌 투자유치 및 해외진출 프로그램, 벤처금융 유동성 확보 등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또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본사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판교2테크노밸리도시첨단산업단지로 옮기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책임감도 신임 회장에 섣불리 취임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본인 기업 활동과 협회 활동을 병행하기 쉽지 않아 다들 망설이는 것 같다"라며 "회장직을 수행하며 간접적으로 기업 홍보도 가능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벤처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협회가 오는 31일까지 제12대 회장 후보 신청을 받는다. 지난달 한차례 선출에 돌입했지만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어 재공고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성상엽 현 벤처기업협회장.(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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