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차기 회장직에 4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사상 첫 경선 방식의 선거인데요. 정부가 벤처투자 시장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업계 영향력이 커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선거에 4명의 예비 후보가 출마했다. 왼쪽부터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가나다순).(사진=각 사)
이전까지는 한 명의 후보만 지원하거나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단독 후보를 추리는 형태로 진행됐는데요. 예상 밖의 흥행으로 인해 24일 회추위는 회의를 열고 최대 2명의 후보를 추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상 첫 경선 방식의 선거입니다. 회추위에서 후보가 결정되면 다음달 7일 이사회에서 투표를 통해 회장이 선출될 예정입니다.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VC업계 발전을 위해 봉사하려 한다"라며 "후보 출마하신 분들 모두 업계에 오래 계셔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기 때문에 누가 되든 응원하고 돕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아직 회장 선거가 끝나지 않아 의견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라며 "선거가 언제 끝날지도 확실히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는 연락을 취했으나 답하지 않았습니다.
예비 후보 양상도 이전과 사뭇 다릅니다. 지금까지 협회장을 배출한 VC는
DSC인베스트먼트(241520), IMM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으로 대형 창업투자회사의 오너 최고경영자(CEO)가 협회장을 맡는다는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엔 중견 VC와 신기술금융회사 대표도 출사표를 냈습니다.
예비후보 4명 중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창업자가 아닌 전문경영인입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와 김학균 퀀텀벤처스 대표는 오너 CEO이지만 운용자산(AUM)이 3000억~4000억원 대의 중형 VC로 평가받습니다.
VC협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그간 책임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외연이 확장되며 업계 영향력이 커지자 인식이 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6%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벤처투자 성장률 13%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인데요.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0조9133억원으로 글로벌 시장 순위 5위에 달합니다.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방침도 업계 영향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내 벤처투자 규모를 2027년까지 16조원으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글로벌 투자유치 규모도 지난해 2000억원 수준에서 2027년 1조원, 2030년에는 2조원까지 늘립니다. 또한 글로벌 자금의 국내 벤처 투자 비중을 2%에서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VC업계 관계자는 "관련 산업이 커지며 협회도 많이 성장했다"라며 "이번 회장 선거 활황은 업계가 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