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감세의 대가
2025-01-22 06:00:00 2025-01-22 06:00:00
윤석열정부 3년의 조세정책은 부자감세로 요약된다. 집권 직후 종부세 시행령을 개정하여 종부세 세액계산의 핵심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에서 60%로 대폭 인하한 것이 그러하며, 법인세와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25%와 50%에서 각각 22%와 40%로 인하하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정부 감세정책의 이론적 배경은 보수정권에게 전가의 보도와 같은 낙수효과이다. 그러나 보수정부였던 MB정부의 감세정책을 통해 감세에 따른 낙수효과는 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되었다. 보수정부에서는 부자감세로 인한 경기침체와 세수결손을 해결하기 위해 근로소득세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담배소비세와 주민세 등 서민증세를 단행하였을 뿐이다.
감세정책이 낙수효과를 추동하기는커녕 경기침체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컨대 ‘14년 OECD의 보고서(Focus on Inequality and Growth)와 ’22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학의 보고서(The Economic Consequences of Major Tax Cuts for the Rich)에서 부자감세는 양극화에 따른 소득불평등의 심화와 경제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감세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강화(즉 부자증세)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한바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창궐한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에서 유행처럼 번진 감세경쟁의 결과로 경기침체와 소득과 자산 불평등만을 초래했을 뿐 낙수효과가 발현되어 경제성장을 추동했다는 학술적·역사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자들은 무엇에 근거하여 부자감세가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주장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는 국가 강제력의 부재'를 의미하므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Friedrich Hayek). 즉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 강제력을 최소화는 곧 시장에서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한 절대조건이므로(Walter Eucken)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국가 주도의 분배체계는 불필요한 것으로 보는바(Robert Nozick), 특히 재정정책과 조세제도가 시장의 자유를 가장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정부의 개입이자 강력한 규제로 여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재정지출과 조세부담'이 곧 '최소한의 국가 강제력'이자 시장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인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서 보면 윤석열정부는 신자유주의 이론에 따라 시장자원의 배분체계 효율화를 이유로 재벌기업과 다주택자 및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정책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1980년대 이후 영국과 미국 등 감세정책을 지속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기침체와 재정악화, 그리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모두 검증된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지속된 부자감세의 결과 경제적·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미국과 영국 등 감세정책을 주도했던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향후 우리나라가 치루어야 할 경제적 대가는 너무도 크고 무겁다. 따라서 이제 더이상 흘러간 옛 노래처럼 부자감세와 낙수효과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민주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제적 자원을 공평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전면적 세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민주국가의 주권자인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가 실현한 경제적 성과를 공평하게 배분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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