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전세 2억2000 정도 하던 20평대 아파트가 올해 2억7000~8000만원 합니다. 너무 많이 올랐고, 전세 대금 대출이 부담되는 분들이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고 있어요"
8일 서울 상수동 M공인중개소 중개업자의 말이다. 부동산 수요가 전세로 쏠리면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난의 단면이다.
최근 정부도 '1·13 전세대책'의 후속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전세난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전셋값 1월 기준 9년來 최고↑.."매매로 이어지진 않을 듯"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이 1월 한달 상승폭으로는 2002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 KB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셋값은 전국 평균 0.9% 올랐다. 이는 지난 2002년 1월에 2.1% 상승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특히 서울지역 전셋값은 지난달 1% 뛰면서 역시 2002년(2.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집 사는 것을 보류하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있고, 방학 이사수요와 예비 신혼부부 수요가 증가했다"면서 "전세난 때문에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선호하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은 계속 되리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더딘 편이어서 전세로 남아 있으려는 사람이 여전히 많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연장 등의 혜택이 불확실한데다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전세값 상승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주택가격 안정세로 시세 차익 실현이 어려워지자 매매수요가 전세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주택 임차 구조가 월세나 전·월세 혼합형으로 전환돼 전세 공급량이 감소된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상무는 "현재는 과거에 비해 매매가가 큰폭으로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전세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기에는 힘이 부친다"고 말했다.
반면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이러한 추세에 대해 동조하면서도 "최근 서울 서부권이나 강북권 등 상대적으로 싼 소형 아파트 시장에서는 전세를 구하지 못해 아예 매매에 나선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일부 지역의 실태를 전했다.
◇DTI규제 완화 연장될 듯.."전월세 상한제 도입시 부작용 우려"
이같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난 해결의 묘책을 놓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르면 이달 말 DTI규제 완화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고, 오는 10일에는 물가와 전셋값 관련 여당과 당정협의를 개최한다. 당정협의의 주된 논점은 DTI 규제완화 연장 여부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공급대책 위주로 짜여졌던 1·13 전세 대책이 시장에 파급효과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잠재적 매매수요를 이끌어 낼 방법으로 DTI규제완화를 카드로 꺼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들어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대폭 줄이고 공공분양을 대폭 늘리는 정책 때문에 전월세 난이 더 커졌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 계약 자체를 정부가 규제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전세난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 과장은 "전세난은 기존 세입자들이 매매대신 재계약을 선택하면서 발생한 영향이 크다"며 "민주당의 정책도 전월세 공급을 막는 역할을 해 오히려 전세난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민간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간 건설사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시차를 두고 시행해 이주 수요를 조절하고, 정부는 전세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활용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세난의 핵심은 자체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면서 "아파트를 새로 짓는데는 시간이 걸려 해결이 어려우므로 지금은 정부와 민간이 공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