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요금인하 후폭풍이 거세다. 근 3개월이라는 장고 끝에 정부는 업계를 설득해 요금인하안을 내놨지만 '소비자도 기업도 만족하지 못하는 포퓰리즘식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의 요금인하안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1인당 연간 2만8000원의 인하효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고, 이통사는 적자 걱정에 울상이다.
7년 만의 기본료 인하임에도 불구하고 반향이 적었던 이유는 이번 요금 인하안이 방향성 없는, 선심성 정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산업 전체를 보지 않는,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는 정책에 감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의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해결할 진짜 해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 방향성 없는 '쥐어짜내기식' 정책
기본료 1000원 인하를 감행했지만 반응은 그야말로 싸늘했다.
SK텔레콤의 요금인하안에 대해 경실련은 3일 성명을 내고 "국민들의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감안할 때 기본료 1000원 인하, 문자메시지 50건 무료제공은 가입비 폐지, 문자메시지 무료화, 기본료 대폭인하라는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 비판했다.
그러나 인하된 금액만 놓고 보면 이통사는 사실상 단번에 겪기에는 적지 않은 고통을 감내한 상황이다.
특히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경우 초고속인터넷요금, 문자메시지 무료 제공 등까지 고려한다면 또 다시 매출 적자를 걱정해야 판이다.
적지 않은 출혈에도 불구하고 이번 요금인하안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전체 산업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한 방향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단말출고가 조정없이 통신비 인하 체감 어려워
과도한 통신비 부담의 원죄는 사실 이통사 외에 다른 곳도 지고 있다. 바로 단말 제조업체다.
사용자가 '체감하는' 통신비에는 통화비와 더불어 단말기 값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유달리 가중된 통신비 부담의 중심에는 스마트폰 등의 고가 단말기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통산업은 사용자가 단말기를 공짜로 쓰기 위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이통사들은 대신 보조금을 내주는 구조"면서 "통신비를 인하하려면 실질적 단말가격 또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에서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 마케팅비를 올리고 있는데 제조업체는 앉아서 그 혜택을 고스란히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요금인하에서는 통신사가 주요 타깃이 됐고, 역시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요금인하의 키가 통신사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국민 통신비 부담 덜기에 동참하지 않는 한 만족할 수준의 통신비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을 언급한다. '블랙리스트'는 통신사를 통해 사던 단말기를 제조사에서 직접 구입하는 제도다.
기본료 인하에 묻히긴 했지만 블랙리스트 제도는 방통위의 이번 요금인하안에서도 언급됐다. 유통구조 혁신, 단말출고가 조정 효과를 낼 블랙리스트 제도을 연내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업계의 반응은 아직은 '어느 세월에' 수준이다. 하지만 근본적 대책 모색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과연 올해 안에 통신산업의 구조적 혁신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준의' 요금인하 효과를 유도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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