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정부가 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을 위해 활성화시킨 도시형 생활주택시장에 '엉뚱한'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 지원에 힘입은 중·대형건설사들이 고급 주택 컨셉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에 진출하며 중소형 주택시장 전체에 거품을 형성하고 있는 것.
주거안정 대책이 또 다시 굴절되면서 소형 주택앞에서마저 서민들은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도시형생활주택 고급화가 왠 말?
올들어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활성화 방안으로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승인 대상을 30가구 이상으로 완화하고 건설자금 지원도 크게 늘리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렸다.
지난 2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주택인허가실적'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가 건수가 올 상반기에만 3만가구를 포함해 현재까지 4만가구에 이른다.
특히 지난 6월 주택공급 실적(7186가구)은 제도가 도입된 2009년 5월 이후 월별 최대치로 나타나 정책효과가 발휘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대형건설사들이 도시형생활주택시장에 '고급형 브랜드'를 대거 출시하며 분양가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아 정부의 정책효과가 무색해지고 있다.
부동산 114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는 올해 분양된 도시형생활주택의 3.3㎡당 분양가가 2년전보다 평균 600만원 높은 1793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작년에 비해 200만원 가량 높아진 평균 1760만원을 기록했다.
도시형생활주택 3.3㎡당 분양가격이 기존의 고급 오피스텔보다도 높은 셈이다.
이에 따라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전·월세난 타개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와는 달리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건설사들 '고급화꼼수'..분양가 높이기 경쟁
건설사 입장에서 대부분 중·소규모인 도시형 생활주택은 일반적으로 시공기간이 6개월~1년 정도로 짧기 때문에 사업부담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낮은 분양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대형단지 분양 등으로 가구수를 늘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파트 시장과 달리 작은 규모인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분양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도시형생활주택의 고급화 바람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할 수 있는 명분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명성을 유지한다며 고급 자재ㆍ맞춤 설계 등으로 기존 중소건설사에서 공급한 도시형 생활주택보다 월등하게 높은 가격에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경기지역의 분양가 상승 원인은 도시형생활주택 인기를 틈탄 건설사들이 평면경쟁은 물론, 내부 부대시설에까지 신경을 쓰면서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최근 서초, 용산 등 땅값 수준이 높은 지역에도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되고 있다"며 "대형 건설업체들이 브랜드화 고급화 전략으로 참여함에 따라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엔 중견업체와 리츠는 물론 대형건설사들도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있다.
◇ 대형건설사들의 주택시장 진출.."서민 경제 부담 가중시켜"
오는 2013년 입주 예정인 강남구 청담동 '신원아침도시마인'의 3.3㎡당 분양가는 2971만원, 서초동 '강남 한라비발디STUDIO193'은 2776만원으로 모두 인근 시세를 크게 웃돌고 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H1차 55㎡ 단지의 분양가는 1억3000만원에 이른다.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기리에 계약이 마감됐다. 1억5000만을 훌쩍 넘는 매매가격에 500~1000만원의 프리미엄까지 붙은 상황이다.
용산구 문배동에서 공급되는 '용산SK큐브'의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는 3.3㎡당 약 2467만원으로 책정돼 역시 주변 시세는 물론이고 같은 건물에 위치한 오피스텔(3.3㎡ 1950만원)보다 3.3㎡당 517만원이나 비싸게 책정됐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연합 간사는 "도심의 밀집지역 1~2인 가구 실수요를 충당하려는 원래 목적은 무색해졌고 틈새시장을 발굴하려는 건설사들의 욕심과 다주택자들, 부동산 투자자들 이해관계만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며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도시형생활주택이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소형주택 임대료의 하한선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오히려 서민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고급화를 내세우며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면서 동시에 월세 수익을 목적으로 분양받는 계약자들에게 높은 임대료를 받도록 선전하고 있다"며 "뉴타운 사업과 마찬가지로 역효과를 내며 서민과 관계없는 사업이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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