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들에 추가 유동성 공급 카드를 빼든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영국과 포르투갈 은행의 신용 등급을 줄줄이 강등시켰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무디스가 포르투갈 은행 9곳과 영국 금융기관 12곳의 우선순위부채와 예금에 대한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금융기관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영국 정부의 지원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이다.
또 포르투갈 은행권의 신용등급 강등은 지난 7월15일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2'로 강등한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게 무디스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잠잠하다.
7일 오후 5시25분 현재 영국(0.15%)·독일(0.38%)·프랑스(0.25%) 증시가 나란히 강보합권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나스닥 선물지수도 0.11%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로존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의찬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예정돼 있던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유럽 은행들이 유로존 각국의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고, 그 규모가 언제든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만큼 부담스런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예견된 일인 만큼 시장에 큰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서 어제(6일) 유럽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대책을 발표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도 “국가재정이 어렵다 보니 은행이라고 상황이 더 낫진 않았을 것이고, 이로 인해 신용평가사가 해당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그간 독일과 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됐던 영국이 이번에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유는 영국 은행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국채 만기가 곧 도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유로존 내 다른 은행들의 추가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당초 안전자산으로서 보유했던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가치가 신용위험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
아울러 그간 크레디트 밸류에이션(내재가치)을 잘못 평가해 은행들의 방만대출을 유발했다고 지적 받는 신용평가사들이 앞으로는 보수적인 평가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유럽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면서 앞으로 유럽연합(EU)의 액션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김재홍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유럽연합은 유럽은행을 구제하기 위한 큰 틀만 가지고 있지 구체화된 액션은 없었다”며 “추가적인 유럽은행의 불안을 막기 위해 정책적 결단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