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정부가 이달 하순부터 차례로 고속도로 일반 통행료와 철도운임을 올리기로 함에 따라 시민들의 부담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
눈더미 처럼 불어나는 도로공사와 철도공사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상이지만, 서민들은 차칫 이를 시작으로 공공요금 인상 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1일 정부가 발표한 인상안을 보면 고속도로 통행료의 경우 기본요금은 4.4%(862원→900원, 1종 폐쇄식 기준), 주행요금은 2.2%(Km당 40.5원→41.4원) 각각 올려 평균 2.9% 올린다.
국토부는 지난 2006년 이후 서민부담을 고려해 통행료를 동결해 왔지만 도로공사가 받고 있는 통행료의 원가보상률이 82%에 불과해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번 인상은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오성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은 "현재 고속도로 통행료는 일본의 10분의 1수준"이라며 "도로공사의 수입은 통행료 밖에 없기 때문에 재무안정을 위해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통행료만 단순 비교하면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보다 자가용 출입이 더 싼 경우도 있다"며 "가격을 올려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단순히 인상안만 내놓은 것은 아니다. 우선 출퇴근 할인 대상 차량이 확대돼 현재 아침 5~7시, 저녁 8~10시에 적용되는 출퇴근 차량 통행료 50% 할인 대상 차량이 크게 늘어난다.
기존에는 1종 승합ㆍ화물차와 3인 이상 탄 승용차에만 할인이 적용됐지만, 이번 개편으로 1~3종 전 차량 모두 탑승 인원과 관계없이 통행료를 50% 할인받게 된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판교에서 서울 양재까지 출퇴근 하는 최명진(29·
가명)씨는 "아침 피크 타임인 7시~9시가 아니라 5시~7시에 할인률이 높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일찍일찍 다니라고 국가가 강요하는 것밖에 안된다"며 불만을 보였다.
서울 목동에서 강남 도곡동으로 출퇴근 한는 강석인(45·가명)씨는 "도로공사도 휴게소 등 부대 사업을 하고 있고 하이패스 등으로 인건비 아끼는 것 아니냐"며 "경영 적자를 국민들을 통해 덜으려 하는 것은 무리"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고속도로가 전국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통합 채산재로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로 건설 등을 위해 이미 손익분기가 넘은 도로에 대해서도 계속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 요금은 KTX 3.3%, 새마을 2.2%, 무궁화 2.0% 가 각각 올라 평균적으로 2.93%가 오르게 된다.
다만 경부선에서 정차역 수가 2개 이하인 KTX를 타는 경우 0.6%를 할증하기 때문에 이러한 노선에선 3.9% 오르는 셈이 됐다.
철도 역시 올리는 사정은 비슷하다. 손명수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공공요금 중에서 철도 운임이 원가보상률이 76.2%로 가장 낮다"며 "철도공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상안을 시발점으로 본격적으로 공공요금 인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11월 중 인천과 경기지역 시내버스 요금이 11.1% 인상될 예정이 잡혀있고 서울시도 시장 선거 때문에 미뤄왔던 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안에 대해 곧 다시 의회와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버스, 지하철 일반요금을 150원 인상하고 어린이·청소년요금은 동결하는 내용으로 서울시 안을 조건부 가결해, 본회의 표결만 남겨두고 있다.
김진욱 참여연대 간사는 "그동안 정부에선 물가가 폭등할 때 그 빌미로 요금을 올리려는 관행이 종종 보여 왔다"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계속 4~5% 정도를 유지해오다 이달에 3%대로 겨우 상승세가 꺾인 상황에서 공공 교통요금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 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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